[로터리/9월 2일] 미국의 애국심

"짝! 짝! 짝! 짝!"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조그마한 시골 공항에 비행기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이 출구 쪽을 바라보면서 플래시를 터트리며 누군가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또 몇몇 어린이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스케치북을 들고 뛰어갔다. 미 국무성 초청으로 미국 지방도시를 돌던 나는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나는 웬 할리우드 스타가 왔나 싶어 덩치 큰 미국인들 사이로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청난 환호를 받고 있는 사람은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도, NBA의 스포츠 스타도 아닌 목발을 짚은 젊은 군인 몇 명이었다. 그들은 멋쩍은 듯 손을 흔들며(그 중 2명은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대기한 마이크로버스에 올라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알고 보니 그들은 그 지방 부대에 소속돼 걸프전에 참가했다가 돌아온 참전 용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정부주도의 떠들썩한 환영식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듯한 환대를 받고 있었다. 미국의 애국심은 이런 데 있었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미국인들은 시골 공항에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가 돌아온 생면부지의 군인들을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미국인들을 보고 나는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을 생각해봤다. 집채만한 파도와 선제공격을 해오는 북한경비정의 총탄을 머리위로 피하면서 상부의 지시 없이 응사하지 말라는 말도 안 되는 교전수칙으로 억울하게 산화한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무관심은 차라리 철저히 잊고 싶을 뿐이다. 국가의 근본적인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 국민들을 보호하는 임무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홍보하고 있지만 애국심은 그런 홍보나 달콤한 말로 생겨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국민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국가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자발적인 애국심도 결국 국가가 만들어낸 것 아니겠는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연평해전을 돌이켜보면서 아직도 북한에 억류된 560만여명 국군포로들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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