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G20 전까지 마무리한다는데…

관련부처도 내용 몰라 졸속협상 우려
車·쇠고기 등 주요 쟁점사항 여전히 안갯속
美, G20 지원 대가로 실리 취할 가능성도


한미 양국 정부가 오는 11~12일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정부 간 협의를 마무리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 관련부처조차 추가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졸속협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먼저 협상을 제안한 미국 측이 주요 쟁점사항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결시점을 G20 서울회의에 맞추는 것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미 통상장관이 최근 첫 만남을 가졌지만 FTA 관련 사항들은 정부 관련부처에 통보조차 되지 않았다. 한미 FTA 실무준비를 하고 있는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아직 한미 FTA와 관련해 달리 통보를 받은 것이 없다"며 "당초 이견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지만 민감한 사항이나 새로운 안건이 다시 제기될 경우에는 실무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G20 서울회의 이전까지 양국 정부 간 협의를 종결하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사를 전했고 이에 이 대통령도 동의했다. 더욱이 최근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11일 서울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한미 FTA가 될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협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한국 측에 양보를 요구하는 '압박성' 발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양측 간 타결을 위해서는 불과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나 쇠고기 등 주요 쟁점사항이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어 협상실무를 준비해야 할 관련 정부 부처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따라서 굳이 G20 정상회의라는 '데드라인'에 연연해 우리 측이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아직도 한미 FTA 정부 간 협의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는 상황에서 반드시 G20을 겨냥해 시간에 쫓기는 협상을 할 필요가 있겠냐"며 "쟁점사항이 있을 경우 G20에 연연하지 않고 협상을 지속하는 게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11일로 잡힌 '시점'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우리 측이 의장국으로서 환율전쟁 등과 관련해 '서울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측의 지원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측이 '서울합의' 지원사격이라는 암묵적 조건을 내세워 한미 FTA 협상에서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측은 '명분(서울합의)'을 얻는 반면 미국 측은 '실리(FTA)'를 취하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외교부 통상본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게 시간을 못박아놓고 하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나 하는 목소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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