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울산 노동계에 최근 주목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벌어졌다.
하나는 “투쟁 방식을 포지티브로 바꾸겠다”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측의 공약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노조 사상 첫 3선 위원장을 탄생시킨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선택이다. 국내 노사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들 단체의 변화를 통해 올 울산 노동계의 판도가 얼마만큼 바꿔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해마다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을 코앞에 둔 이맘때면 울산 노동계는 ‘폭풍 전야’의 상황을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평온하지만 노사협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찾아드는 ‘분규’의 악몽 탓에 노사는 물론 시민들까지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울산의 노사 기류는 분명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노조 사상 첫 3선 위원장을 탄생시킨 현대차 노조의 선택은 ‘안정 속 개혁’을 위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2명의 전임 노조위원장들이 금품 수수 및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사태를 지켜봤다. 노조의 투명성이나 명분이 동시에 급전직하한 상태다.
반면 노조가 선택한 이상욱 3선 위원장은 앞서 2번의 노조위원장 재임 당시 무파업(2000년)을 이끌거나 역대 노조 사상 가장 낮은 파업손실(2004년)을 기록했다. 그는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전개, 위기에 빠진 현대차 노사 모두에 가장 적절한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사는 올 노사협상에서만큼은 ‘파업의 악순환’을 털어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 내에서는 노사 모두에 닥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무분규 원년’달성으로 돌파하자는 분위기가 최근 곳곳에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도 “지난해는 민주노총 본부의 지침을 수행하기에 급급했지만 올해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공식적으로 밝혔다. 거칠기만 한 노동운동으로는 더 이상 실리도, 대의명분도 얻을 수 없다는 자기 반성에서 비롯됐다. 민노총 울산본부의 이 같은 변신은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 원년을 이루는 데 어떤 형태로든 든든한 반석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과연 현대차가 올해는 ‘노사 상생기업’의 면모를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