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을 맡을 때마다 인물이 아시아계 배우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것인지 항상 고민한다. 아시아 배우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안하고 배역 그 자체만을 두고 결정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자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7일 개봉한 ‘스타트렉:더 비기닝’ 에서 1등 항해사 ‘히카루 슬루’역을 맡은 한국계 배우 존 조(37ㆍ사진)가 11일 아시아계 배우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속내를 털어놨다. 영화 속 슬루는 원작의 슬루보다 어딘지 어설프다. 근엄한 얼굴로 ‘엔터프라이즈’호를 출발시키려다 실수를 해 관객을 웃게 만들고, 할 줄 아는 전투기술이 뭐냐는 질문엔 “펜싱”이라고 진지하게 대답한다.(영화의 시점은 23세기.) 그는 “원작의 슬루는 언제나 안정적이지만 이번 영화는 프리퀄(전편)이기 때문에 조금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렉’은 김윤진이 등장하는 TV시리즈 ‘로스트’를 연출한 J.J 에이브람스 감독의 작품이다. 이 때문에 J.J 에이브람스의 한국사랑이 일본인 캐릭터를 한국인 존 조에게 맡겼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존 조의 미국 내 입지가 꽤 탄탄하다. 그는 2004년 제작된 코미디 영화 ‘해롤드와 쿠마’에서 주인공인 해롤드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어 2008년 제작된 속편에도 주연으로 등장했다. 존 조는 “과거엔 아시아계 사람들은 유머감각이 없고 냉정하며 책만 본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다”며 “해럴드와 쿠마에서 내가 배역을 맡으면서 오히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면서 스스로를 평가했다.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그는 2004년 피플지가 선정한 ‘매력적인 남성 50인’ 중 한 명이자, 2006년 피플지가 선정한 ‘올해의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말하던 그는 한국영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더욱 신중한 표정으로 “할리우드가 한국영화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으므로 많은 한국 배우들과 감독들의 역량이 할리우드에서도 통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할리우드가 영화의 중심지이지만 50년 내에는 한국영화가 그 중심에 섰으면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