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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전 국무총리, 김재순 전 국회의장 등과 함께 22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 들어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표정은 책임감으로 가득했다. 이날 제15회 우정선행상 시상식은 지난해 11월 선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이 회장이 처음으로 이어받아 주관하는 자리다. 강 전 국무총리와 김 전 국회의장 등 우정선행상 심사위원들이 모두 이동찬 명예회장 생전에 각별한 사이였던 만큼 선친의 유지를 계승하겠다는 이 회장의 각오도 남달랐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시상식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얘기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계획을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말했다.
이 회장이 밝힌 사업들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컴포지트. 컴포지트는 코오롱플라스틱이 독자 개발해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공개한 소재다. 탄소섬유가 함유돼 강철보다 10배 이상 단단하면서도 중량은 4분의1에 불과해 자동차·항공기·우주선 등의 경량화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 탄소섬유 복합소재인 컴포지트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컴포지트의 양산 계획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업계에서 예상해온 것보다도 빠른 행보다.
이 회장은 "김천이나 구미 공장에 생산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며 "자동차 경량화 등 용도가 다양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코오롱그룹은 현재 경북 김천·구미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플라스틱·코오롱글로텍 등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컴포지트는 뛰어난 성능과 함께 여타 탄소섬유 복합소재보다 생산 단가가 낮다는 강점이 있다. 아직까지 탄소섬유 소재가 비싸 우주선이나 항공기·고급차 등에 적용하는 데 그쳤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의 양산차 생산에 적용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고기능 신소재로 돌파구를 찾아온 코오롱그룹의 첫 도약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플라스틱·코오롱글로벌 등이 지난해 초까지 적자를 내는 등 위기를 겪으면서 활로를 모색해왔다.
미국 듀폰, 일본 데이진에 이어 자체 개발한 슈퍼섬유 '아라미드' 역시 코오롱이 내세우고 있는 신소재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듀폰이 코오롱에 기술유출을 주장하며 소송을 건 탓에 본격적인 시장 공략이 막혀 있는 상태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아직 소송전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표하기도 했다. 코오롱은 지난 2011년 듀폰과의 소송전에서 패소했지만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추가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우정선행상은 우리 사회의 선행과 미담 사례를 널리 알리고 격려하기 위해 이동찬 명예회장이 자신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서 제정한 상이다. 2001년부터 이동찬 명예회장이 매년 직접 시상했으며 이날 시상식은 그의 별세 후 처음으로 이 회장이 주관한 의미깊은 자리였다. 이 회장은 "좋은 의미가 담긴 상인 만큼 앞으로 잘 계승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