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아이폰6 보조금 대란' 이통사·임원 첫 형사고발

“재발시 이통사 CEO도 고발 검토”...이통사와 공동으로 시장감시단 운영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을 유발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방통위가 휴대전화 보조금과 관련해 이통사와 임원을 형사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최성준 위원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 3사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 행위에 대해 20조, 21조에 따라 이통 3사 및 이통사 영업 담당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고발 대상 임원은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하지 않고 장려금 지급에 책임이 있는 임원으로 정했다.

단통법 20조는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이고, 21조는 법적 상한선(30만원)을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한 조항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통 3사와 임원을 형사 고발하면 강제 수사할 권한이 있는 검찰이 방통위가 챙기지 못한 부분까지 폭넓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며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는 의견 진술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형사 고발을 해야 일처리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생각에 먼저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나 만약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CEO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통 3사는 신규 출시된 아이폰6 등에 대해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부당하게 차별적인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해 출고가 78만9800원의 아이폰6 16GB 모델이 10만원대에 판매되는 등 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방통위가 대리점·유통점·판매점 44개를 지난 3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통 3사가 아이폰6 16G 모델의 판매 장려금을 41만∼55만원까지 상향 조정해 대리점에 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44개 유통점 중 34개 유통점에서 가입한 1,000여건 중 540여건에서 위반 사례가 발생했고 공시 지원금보다 27만2000원이 초과 지급됐다고 밝혔다.

이 중 아이폰6 가입 건수는 452건으로, 공시 지원금보다 28만8000원이 초과 지급됐다.

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판매 장려금이 30만원을 초과하면 불법지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큰 데, 이통3사 장려금 지급 추이를 보면 여러차례 30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면담조사 때도 이통 3사는 장려금 상향 조정이 경쟁사 판매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는 취지라고 진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위반율이나 정도가 과거에 비해 심각하지는 않으나 불법 지원금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무색하게 단통법 시행 한달 만에 위반 사례가 발생한 것을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 형사 고발을 하기로 했다”며 “기간이 짧아 과태료 및 과징금을 많이 부과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단통법은 이통사가 유통점으로 하여금 지원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도록 지시, 유도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통사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3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은 임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방통위는 형사 고발 외 제재 수단인 시정명령과 과징금·과태료 부과에 대해서는 다음달 3일까지 사업자 의견 진술을 받은 후 다음 회의 때 의결할 예정이다.

한편 방통위는 단말기 시장 과열을 예방하고 단말기 지원금 관련 불법행위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다음달 중 이통 3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과 공동으로 시장감시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미디어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