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2,000억원 이상을 우회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내년도 예산안 타결의 핵심 걸림돌 중 하나가 사라졌다. 재원이 부족해 몇 달 뒤면 어린이집 누리과정 무상보육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해소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예산을 이렇게 땜질식으로 마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 여당과 정책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당정은 당초 정부·지자체·교육청 간 합의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수부족 등으로 교부금이 줄어 재정부담이 커진 교육청이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오자 지방채를 발행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면 이자를 대신 내주겠다고 일보 후퇴했다. 이어 야당이 교육청 편을 들며 누리과정 예산 국고지원을 법인세 인상과 함께 예산안 타결의 2대 전제로 내세우자 교육부 예산증액을 통한 교육청 우회지원으로 이보 후퇴했다.
당정은 외형상 기본원칙을 지켜냈지만 실질적으로는 잃은 게 적지 않다. 우선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는 영악하지만 비겁했다. 세수부진 등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원칙만 내세우며 정치권에 해결책 마련을 떠넘겼다. 감사원 등으로부터 문책 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기재부·여당 간의 의사소통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여당과 정부는 누리과정 재원 조달의 지속 가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 누리과정을 포함한 0~5세 무상보육 공약을 재원대책도 없이 밀어붙여 화를 키워온 만큼 결자해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