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샘… 성장 집착하다 고객 신뢰 추락

사세확장 속도에만 치중
AS 등 서비스 못 따라와
최양하 회장 외형주의 부작용
업계 "이케아 상대 못돼"


# 지난해 10월 초 한샘의 직영 인터넷몰인 한샘몰에서 자녀 방에 설치할 책장을 구매한 직장인 이 모(39) 씨는 시공 기사가 돌아간 후 책장 틈새가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한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제품을 교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처리 중'이라는 얘기만 듣고 있다. 이 씨는 "제품 설치 후 4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어 제품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2년전 한샘 가구대리점에서 혼수를 장만한 직장인 정 모(42) 씨는 이사할 때 대리점으로 연락하면 붙박이장 재설치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대리점주의 말만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막상 이사하기 위해 대리점에 연락하니 한샘 고객센터로 떠넘긴 것. 고객센터에서 요구한 재설치 비용은 20만원. 배신감을 느낀 정씨는 결국 2년 밖에 못 쓴 붙박이장을 싼 값에 팔고 새 장을 사기로 했다. 정 씨는 "가구업계 1위라는 회사가 이렇게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게 영업을 한다면 누가 믿고 브랜드 가구를 살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앞둔 가구업계 1위사 한샘이 외형 지상주의에 매몰돼 소비자들을 외면하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서기는 커녕 질 낮은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신뢰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는 것.

2008년 이후 6년 만에 매출이 두배 이상 늘어나며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물류, 시공, 애프터서비스(AS) 등 서비스 전 부문의 수준이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오히려 가파른 성장이 독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양하(사진) 회장의 성장 제일주의 리더십이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평가한다.

진통이 가장 큰 곳은 온라인 부문이다. 한샘의 온라인 매출은 2008년 173억원에서 지난해 1,065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하며 국내 가구 업체 온라인 사업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물류, 시공, AS 등 대고객 서비스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의 경우 대부분 여러 개 제품을 한꺼번에 배송·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인력 부담이 덜하지만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단품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샘 수준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가구업계에서는 한샘을 반면교사로 삼아 온라인 부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이전에 서비스 수준부터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샘의 서비스 품질 저하 현상은 내부에서도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들의 불만이 비등하자 최 회장은 올 초 신년 하례회에서 "영업, AS, 광고, 마케팅 외에도 물류·시공 서비스 수준이 높지 않다면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전 사원의 서비스 역량 제고를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올 초 신년하례회에서 물류, 배송, AS 수준을 당장 끌어올리지 않으면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워낙 빠른 성장세에 인력을 한꺼번에 늘리기도 버거워 마땅한 대안도 없는 것이 한샘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가구 업체 관계자는 "가구 시장에서 브랜드 가구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사제가구와 브랜드 가구를 차별화하는 것이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고객만족"이라며 "가구업계 1위인 한샘부터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려 브랜드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연말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 진출로 브랜드 가구사들이 차별화에 고심하고 있는데 지금의 서비스 수준으로는 이케아의 공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최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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