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司正한파 휘몰아치나

검찰이 5일 청원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현역의원 11명의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임에 따라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이 현역 의원 11명을 국회 본회의 개회중 대거 압수 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각 정당과 해당 정치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국회 말살ㆍ유린 사태’로 규정, 대여(對與) 초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하고 나서 다음주 본격 시작되는 연말 입법ㆍ예산국회도 한층 경색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앞으로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 수사가 전방위로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검찰과 정치권간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규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최인기ㆍ강기정ㆍ조경태ㆍ유선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명과 이인기ㆍ권경석ㆍ조진형ㆍ신지호ㆍ유정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5명 ,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 등 모두 11명의 여야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사무실에서 후원금 내역이 적힌 서류와 컴퓨터 파일,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하고 자료 분석에 나섰다.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에 대해 정치권은 크게 반발하며 하루 종일 비상하게 움직였다. 해당 의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소식을 들은 여야 원내대표는 급히 회의장 내에서 이귀남 법무장관과 논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회가 행정부에 의해 유린당한 날”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010년 11월5일은 국회가 정부에 의해 유린당한 날”이라며 “무자비하게 압수수색한 것은 정치권을 국민으로부터 영구 격리시켜 싸잡아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려는 추잡한 행위”라고 강한 어조로 검찰을 비판했다. 그는 “청목회 회장이 구속됐고 후원금 내역은 중앙선관위에 신고돼 영수증까지 발급됐다”며 “어떻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중에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느냐”고 규탄했다. 한나라당도 지켜봐야 한다고는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척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옥임 원내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면서"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는 증거를 인멸할 수 없는데 의원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의원 입장에서 명예가 손상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라는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여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귀남 법무장관은 자신만만 했다.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이 “검찰에서 그럴만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검찰이 여야 의원 사무실 12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 맞나”라는 장세환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조금 전에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고받았으나 수사중이어서 구체적 말씀을 못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황식 국무총리는 압수수색에 대해 “상당히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장관이 관여하거나, 더군다나 총리가 관여할 성질의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을 할 때 총리에게 보고하거나 그런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10명 이상을 한꺼번에 압수수색하는 일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나 구체적인 사정이나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청원경찰의 이익단체인 청목회는 급여를 국가경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행안위,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회원들 명의로 소액 후원금을 집중적으로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청원 경찰법 입법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청목회가 국회 행정안전위는 물론 다른 여러 상임위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하고 문제가 된 의원 보좌진을 내주 잇따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회원들로부터 8억여원의 특별회비를 걷어 국회의원들의 후원회 계좌로 입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청목회 회장 최모(56)씨와 전 사무총장 양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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