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트레이드' 물길 어디로 트나?

현실화땐 세계 자산시장 거품붕괴 '신호'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악재중 하나…청산은 시간문제"
국내 금융시장 충격… "증시엔 큰 타격 없을것" 분석도



“주식시장에서 10일 연속 상한가를 친 종목을 들고 있다면 좋으면서도 또한 불안하지 않겠는가. 흐름에 영향을 줄 만한 작은 신호만 나와도 분위기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가 저금리로 촉발된 전세계 자금시장의 버블 상태를 진단한 분석이다. 실제로 이 같은 분석은 현실화 되고 있다. 일본이 정책금리를 소폭 인상하자 우리나라 등 주요 국가의 금융시장은 엔캐리트레이드(이하 엔캐리) 자금의 청산을 우려,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은 일시적이지만 그만큼 저금리로 형성된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금리상승이 본격화되고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경우 글로벌 과잉유동성은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금리 인상, 자산 거품붕괴의 신호= 2003년 이후 저금리가 전세계 주요 국가의 주된 금리 정책 중 하나 였을 때, 일본은 정책금리를 제로를 유지하면서 전세계 자금시장의 공급원 중 하나의 역할을 해 왔다. 엔캐리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로 표시된 주식과 채권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엔캐리 형성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2001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청산됐던 엔캐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2004년 하반기 이후 재차 형성된다. 정확한 규모는 아니지만 엔캐리 자금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본의 기타수지적자는 2004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무려 3,155억 달러에 이르렀다. 기타수지적자를 통해 추산한 전세계의 엔캐리 자금은 적게는 2,0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엔캐리 청산이 저금리로 촉발 된 전세계 자산시장의 거품을 터트리는 결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주이환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앤캐리 청산은 당장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자산시장에서는 언제가 해결돼야 할 악재 중 하나”라며 “시차의 문제일 뿐 현실화될 경우 전세계 자산시장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청산의 신호는 미ㆍ일 금리차 축소= 엔캐리 청산시점을 놓고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정책금리 추가 인상으로 청산이 시작됐다는 분석부터, 아직은 앤캐리에 따른 실효성이 유효한 만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부분적이나마 청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는 하다. 미국과 중국경제의 변수가 계기다. 먼저 미국의 지난해 4ㆍ4분기 GDP성장률 잠정치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면서 미국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중국이 지난 2월 지준율을 인상한데 이어 3월2일 전격적으로 해외단기 자금차임에 대한 규제 강화책을 발표했다. 엔화를 대출한 자금 상당수가 미국과 중국에 유입됐다고 가정되고 있는 만큼, 양국 경제가 불안하게 되면 엔캐리 자금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미ㆍ일의 정책금리차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0.50%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25%다. 청산을 하기에는 여전히 금리차에 따른 메리트가 높은 셈이다. 말이 쉽지 미국의 금리인하가 당장 이뤄진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일본 역시 그 때 그때 금리를 올리기에는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엔캐리자금의 추이와 미ㆍ일 정책금리의 차이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면서 “차이가 좁혀지기 전까지는 급격한 엔캐리의 청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캐리 청산시 국내 충격은 커= 엔 캐리가 청산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전세계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엔캐리 청산 우려할 만한가’보고서를 통해 “엔캐리 청산이 급격하게 일어날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효과는 부문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것”이라며 “금융면에서 여타 아시아 국가나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자금규모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이유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엔캐리 자금 규모가 최근 급감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45억 달러 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신영민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3년 동안 단기외채가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일시적 충격에 의한 단기자본유출이 걱정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다만 엔캐리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규모는 별로 크지 않은 만큼 큰 영향을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캐리를 통해 해외주식시장에 투자된 자금은 300억 달러 남짓에 불과해 주식시장에 큰 타격을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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