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내외 M&A'에 승부 건다

풍부한 보유자금에 알짜배기 매물 쏟아져
정준양 회장도 "기회되면 거침없이 할것"


재계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외 기업매물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 등 빅3를 포함한 주요 매물 인수합병(M&A) 결과에 따라 산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돼 재계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이날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M&A 바람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의 불꽃 튀는 쟁탈전이 본격화하며 4ㆍ4분기 이후 국내 산업계는 M&A 이슈가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기름을 부었다. 정 회장은 이날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무역협회 초청 조찬강연에서 M&A를 통해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인도 아르셀로미탈을 거론하며 "앞으로 M&A 기회가 있다면 거침없이 하겠다"고 강조, 재계의 발걸음에 속도를 붙였다. 이에 더해 하이닉스 매각일정이 본격화하면 재계는 또 한번 M&A 태풍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 LG전자 사령탑인 구본준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99년 빅딜 직전까지 LG반도체 대표이사였고 공격적인 경영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구 부회장이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CEO'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이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러 건의 M&A를 성사시키며 M&A를 성장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롯데그룹도 최근 대선주조 인수의향서를 내고 인수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8월30일 호남석유화학을 통해 탄소복합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 지분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그룹 역시 최근 중국 태양광 업체인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사들였다.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차세대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빨리 키우기 위해 다른 태양광 업체를 찾고 있다. SK그룹의 SK에너지도 기존 사업인 2차전지 분리막 외에 양극재 사업을 위해 M&A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재계가 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수익이 많아 보유자금이 넉넉한데다 알짜배기 매물이 쏟아지자 이 기회를 활용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성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M&A는 성장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은 현금을 토대로 사업다각화를 위해 국내외 M&A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