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2) 감축을 강제하는 기후변화 관련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에너지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국제 에너지가격까지 급등하면서 녹색 성장, 그린 경영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뜨겁다. 산업발전, 경제성장을 이유로 환경을 파괴하던 모습은 이제 먼 옛날의 일이다.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구조로 산업과 국가 발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해외 선진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후원 아래 적극적으로 연구ㆍ개발(R&D)에 나서면서 녹색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세계 1위 풍력발전기 업체로 성장한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사.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선박과 자동차, 건설정비 부품 생산에 주력했다가 1차 오일쇼크를 맞아 신재생 에너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풍력발전 사업은 초기 설비투자비가 막대하게 들어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고 기술 개발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 부담이 됐지만 덴마크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으로 업종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베스타스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풍력발전기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은 72억 유로(약 13조1,760억원)으로 지난해 57억 유로(약 10조4,310억원)에 비해 26%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도요타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부문에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92년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실천하기 위해 배출가스 감축, 환경관련 신기술 개발 등을 골자로 한 ‘도요타 지구환경헌장’을 제정하고 1993년 석유 고갈 등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카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2007년 11월에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도요타 글로벌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채용하고 고성능 소형 2차전지와 연료전지를 개발하며 바이오연료와 바이오플라스틱 기술을 확립한다는 목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1997년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이래 현재까지 12종을 출시했고 누적판매량은 150만대를 돌파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도요타 연간 총생산량의 약 10% 수준인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러시아 1위의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Gazprom)은 천연가스 제품에 탄소 배출권을 연계한 수출 전략을 세웠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하면서 확보한 20억파운드 규모의 탄소 배출권을 유럽의 발전업체들에게 천연가스와 함께 판매하는 것. 이에 따라 가즈프롬은 이산화탄소 감축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수출용 탄소 배출권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브라질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파워로부터 6년간 탄소 배출권을 구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1월 러시아와 동유럽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에 투자, 150억 파운드의 탄소배출권을 따내는 성과도 올렸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조명기업 필립스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고효율 조명기술에 대한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성공한 케이스. LED 조명은 기존 조명보다 효율이 최대 18배 정도 높으면서 수명도 최대 30배 이상 길어 녹색 성장을 추진하는 주요 선진국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정도다. 필립스는 지난해 4월 암스테르담 시의회와 함께 기존 형광등을 이용한 도로 보안등을 LED 보안등으로 교체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내 모든 도로 보안등을 LED로 교체할 경우 에너지를 현행보다 최소 3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조명시장의 규모는 약 1,000억달러 수준이지만 LED 조명의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LED 조명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제품 가격이 낮아져 2015년경 점유율은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녹색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녹색산업에서 수익기회를 창출하려는 해외 선진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환경문제를 규제나 의무로만 여기지 말고 적극적인 관점에서 녹색산업을 성장동력으로 발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