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벤처 모태펀드 투자 다각화를

최근 벤처 경영진을 만날 때마다 “뭐가 제일 힘드냐”고 질문하면 대답은 환율하락ㆍ고유가 등 외생변수부터 마케팅이나 연구개발 역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결국은 모두 ‘돈’문제로 귀결됐다. 그만큼 벤처의 자금사정이 여의치 못하다는 뜻이었고, 이는 자연스레 벤처캐피털로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런 점에서 다음달로 결성 한해를 맞는, 벤처캐피털 육성을 목표로 결성된 모태펀드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게 한다. 지난해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가 6,651억원이었는데 모태펀드는 1,245억원(출자는 1,700억원)을 투자해 비중이 전체의 20%에 달했다. ‘큰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셈이다. 특히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초기기업 투자에 175억원, 만기가 다가오는 조합의 유동성을 공급할 목적의 세컨더리 펀드에 300억원을 출자하는 등 벤처 인프라 확충에 기여했다. 또 손실보전 규정을 담은 우선손실충당 등 불합리한 제도를 조합 결성시 의무화하지 않기로 결정해 창투업계를 기쁘게 했다. 하지만 모태펀드가 글로벌화되는 투자조합의 결성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만약 미국 기관투자가와 모태펀드 등이 공동 출자해 펀드를 만들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모태펀드는 이 조합이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관련법이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을 따르면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의무비율을 채우고 난 나머지는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벤처가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을 미뤄 짐작컨대 벤처에 돈을 대는 조합도 급속도로 글로벌화할 것이다. 모태펀드를 둘러싼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하는 이유다. 설립 1주년을 기해 조합에 자금을 출자한 다양한 투자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모태펀드로 재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