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는 바람몰이를 겪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과 미진한 개혁이 지적돼왔고 그 핀잔에 사법부는 움츠러들기만 했습니다.”
오는 11일 37년간의 판사생활을 마감하고 퇴임하는 김용담 대법관이 회고록 ‘판결 마지막 이야기’를 펴냈다.
김 대법관은 회고록에서 독립을 지키려는 법관에게 가장 두려운 것으로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를 꼽았다. 그는 “정치권력이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워 사법부를 몰아붙일 때는 명문만이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사법권에 대한 침해로 보이지 않지만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법부는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법개혁의 목적이 사법독립의 공고화인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식의 바람몰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은 지난 2003년 대법관에 제청됐을 때 후배 판사들이 ‘서열에 따른 인사’라며 연판장까지 돌렸던 사법파동을 회상하며 “법원과 대법원장에게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고 썼다. 이어 “후배 판사들이 정치권에서 사법부를 몰아칠 때가 아니고 다른 때에 사법개혁을 주장했다면 그들의 법원독립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법관은 재판관으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로마시대에는 성직자로 여겨졌던 법률가들이 지금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조차 희박해지는 것 같다”며 “이제 (재판관으로서) 막을 내리는 참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불의한 재판관은 아니었다고 기억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적기도 했다.
김 대법관은 이밖에 법과 정의, 법관과 보수, 형벌 등 법관으로서의 고민과 소회를 진솔하게 회고록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