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두산가 '4세 경영' 날개 펴나

박용만, 상의 회장 겸직으로 그룹내 역할 조정 불가피



박정원 ㈜두산 회장… 사내이사로 주요 현안 결정권 지분 5.15%…책임강화 전망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사장… 사업성 개선 주도 능력 인정… 지주사에 합류 가능성 높아





두산이 창립 117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두산 4세의 역할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주사가 올 들어 사업강화 방침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박용만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직하면서 박정원 ㈜두산 회장 등의 활동영역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0일 두산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다음달 1일 창립 117주년을 맞는다. 두산은 이날 별도 행사 없이 회장단 일행이 경기도 광주 선영을 찾아 박승직 창업주의 창업정신을 기리면서 동시에 그룹 수장인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직 겸직을 자축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겸직에 따른 그룹 내 역할 조정에 대한 교감도 일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의의 경우 다른 경제단체장과는 달리 대ㆍ중소기업 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재계 최대 단체로 회장직 수행을 위해서는 박용만 회장이 그룹 업무를 일부 분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한상의 회장직에 수반되는 직함만 50여개"라며 "정부 자문은 물론 각종 비즈니스 포럼, 회의, 간담회, 정책 조율 등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용만 회장의 대한상의 업무 부담이 커지는 만큼 박정원 회장의 그룹 내 역할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가(家) 4세대인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회장의 장남으로 박용만 회장과 삼촌-조카 사이다. 그는 박용만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두산 지주 부문의 회장을 맡아 일찌감치 박용만 회장과 함께 그룹 살림을 챙겨왔다.

박정원 회장은 특히 박용만 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과 함께 ㈜두산의 사내이사로 그룹의 주요 경영현안에 결정권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 지분구조 핵심인 ㈜두산의 지분 5.15%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기도 하다. 3.38%를 가진 박용만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대의 선두주자 격"이라며 "박용만 회장이 상의 회장을 겸하더라도 박정원 회장이 있는 만큼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4세대인 박진원 두산산업차량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은 지주사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창립기념일 3일 전인 29일 이사회에서 두산산업차량과 엔셰이퍼의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특히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두산산업차량을 이끄는 박진원 사장의 지주회사 합류 가능성도 커졌다. 박진원 사장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으로 박정원 회장과는 사촌형제다. 박 사장이 산업차량BG를 계속 맡게 될 경우 박용만 회장, 박정원 회장과 함께 지주회사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게 되는 셈이다.

특히 박진원 사장의 경우 그룹 안팎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진원 사장이 이끄는 두산산업차량은 애초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돼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 중이었지만 최근 몇 년 간 재무구조와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오히려 지주사에서 편입을 결정하게 됐다. 박진원 사장이 지주사 사업 부문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박진원 사장 역시 3.30%의 ㈜두산 지분을 보유해 4세대 가운데서는 박정원 회장, 박지원 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두산은 그룹 사업조정 마무리와 사업성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4세대 사촌 경영의 대표주자인 박정원 회장과 박진원 사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관계자는 다만 "박진원 사장의 거취는 아직 정해진 바 없으며 두산산업차량이 합병되는 9월 중순께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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