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자선 릴레이 계속 이어지길…"

'재독 피아니스트 이수미씨 1억 지원' 김미현뉴욕 현지 인터뷰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어 맘껏 연습 못하는 심정은 겪어본 사람이 잘 알죠. 그 맘 아는 사람들이 성공해서 또 다른 이를 돕는 ‘사랑의 자선 릴레이’를 펼쳤으면 좋겠어요.” 15일 저녁(현지시간) 이곳 미국 뉴욕 북부 뉴로첼에서 만난 김미현(29ㆍKTFㆍ사진)은 투어 8년차의 세월 동안 겪은 수많은 일이 생각난 듯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유망 피아니스트가 된 이수미(20)씨를 돕기로 한 데 대한 설명이었다. 이달 초 LPGA투어 진클럽스&리조트오픈에서 우승, 통산 6승째를 거둔 김미현은 이씨에게 1억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조만간 한국에 있는 오빠를 통해 전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자선기금은 김미현이 “아침마다 장이 뒤틀려 구역질이 나곤 할 정도”였다는 피 말리던 초조함을 극복하고 차지한 우승상금에서 떼어 낸 것. 그 동안 후원사의 도움을 받아 단체 기탁금 형식으로 억대 자선금을 내놓은 경우는 많았지만 선수 혼자 특정인 한 명에게 1억원의 ‘거금’을 지원하는 것은 김미현이 처음이다. 이수미씨는 지난해 독일연방 청소년 콩쿠르에서 대회 사상 42년만에 처음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을 했던 재독 피아니스트. 열다섯이던 2001년 단돈 38만원을 들고 혼자 독일로 유학을 가 성당에서 기숙하며 학교를 다녔고 부모가 양말 노점상을 한다는 사실이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눈물을 자아냈던 인물이다. 김미현은 “요즘 재미 들린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고 했다. “우승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끝에 정상에 올랐고 조카도 건강하게 태어나 감사의 마음으로 뭔가 하고 싶던 차에 수미 소식을 접했다”는 김미현은 “어린이 환자와 수미에게 각각 5,000만원씩 지원할까 했지만 내 데뷔 초기를 돌아보니 외국에서 생활하기에 넉넉지 않은 액수다 싶어 수미에게 전액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회가 되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나이 더 먹었다고 언니 행세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이었다. “나이는 내가 많지만 배울 점은 수미에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 벌써 ‘서른 즈음’이 된 땅콩 김미현의 성숙함이 묻어 나는 대목이었다. 김미현은 “수미 돕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부모님께서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보면서 너도 잊었던 마음을 되찾지 않느냐’고 충고하셨기 때문”이라며 ‘사회 공헌 릴레이’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편 평소 “남들 한 걸음 걸을 때 두 번 종종 걸음 쳐야 한다”고 했던 김미현은 “벙커에 들어가면 남들은 보이는 핀이 안보일 때가 있다”는 다른 말로 단신의 아픔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래 선수생활하며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고 ‘슈퍼땅콩’다운 의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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