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힘 실감 … 더 겸허히 작품 만들어야죠"

1000만 영화 '변호인' 제작자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


" '변호인'은 어느 세대가 봐도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타인의 삶에 진심으로 눈과 귀를 기울여 들여다본 한 인물의 삶은 그 자체로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에 불현듯 잊고 지낸 소중한 가치에 대해 다시금 일깨우고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던 겁니다."

국내 영화 사상 9번째 천만 영화란 기록을 세운 '변호인'은 양우석이라는 신인 감독의 입봉작, 특정 정치적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유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제작사인 위더스필름의 최재원(47·사진) 대표는 예상치 못한 '변호인'의 큰 흥행을 두고 " 배우 송강호의 힘, 시대적 요구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고려대 농경제학(현 식품자원경제학) 86학번인 최 대표는 한국산업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무한기술투자조합을 설립, 제작이 아닌 투자로 영화와 연을 맺었다. 이후 투자전문회사인 아이픽쳐스를 만들어 독립했다가, 다시 바른손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가 투자와 제작을 담당했다. 이때 만든 것이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마더'등이다. 바른손엔터테인먼트를 나와서는 '변호인'의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사 NEW(뉴)의 초기 CEO를 역임하기도 했다. 30대 초반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소위 '잘 나가는' 금융인이었다. 그러나 영화 투자 및 제작이라는 새 길을 걸어가고서는 모든 호사는 접어둬야만 했다. 노른자위 강남의 아파트에서 수도권 외곽 전셋집으로 옮겨가는 등 적잖은 경제적 타격 속에서도 대중들이 공감하는 웰 메이드 콘텐츠 하나라도 남겨보자는 일념으로 버텨냈던 것이다. 2010년 5월, 최 대표는 위더스필름을 설립, 본격적인 영화 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변호인'은 청년필름과 공동 제작한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은 위더스필름의 세 번째 작품이다.

최 대표는 '변호인'에 대한 대중의 커다란 관심을 받고나서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고민이 깊어졌다고 고백한다. "예전에는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는 데 묘한 특권 의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 오만함을 조금이나마 벗어 던진 것 같아요. 한 편의 영화가 어떻게 공감을 일으키고 마음을 흔드는지 '변호인'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영화의 힘을 몸소 느꼈으니 (제작자로서) 앞으로 임하는 자세를 보다 겸허하고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다짐입니다."

최 대표가 풀어놓는 비전은 제법 구체적이고 또렷했다. "이 영화 성공에 누가 도움을 줬는지 되물으면 영화를 위해 함께 고생한 감독 이하 스태프와 영화를 선택한 관객이라는 답변을 얻게 됩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보다 다시 그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회사명 위더스(With us· '함께 나아가자'는 뜻)처럼 후배들과 손잡고 좋은 영화를 맘껏 만들 수 있는, 튼튼한 체력의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금융계에 쌓아온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자본이 없어 좋은 콘텐츠가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은 최대한 줄이고, 그런 노력을 통해 빛을 본 웰 메이드 콘텐츠로 관객의 사랑에 '공감'과 '힐링'이라는 선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