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도하 북부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GS건설과 대우건설의 정유시설 건설 현장. 이 사업은 카타르에서 국내 최초의 EPC 공사 수주인데다 국내 기업간의 첫 공동 사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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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레 밤단 페트로케미컬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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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가량 북쪽으로 달리자 거대한 문과 삼엄한 경비초소가 나온다. 총을 들고 있는 경비원의 등장은 마치 국경지대를 통과하는 분위기다.
실제 경비원이 여권과 통행 허가증을 까다롭게 검사한 후에야 이 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곳이 바로 ‘라스라판 산업단지(Ras Laffan Industry City)’이다. 라스라판 산업단지는 지난 1971년 카타르 북부에서 천연가스 지대가 발견된 후 개발돼 1997년 지금의 산업단지로 발전했다. 현재 이 지역은 106㎢로 여의도 면적(8.4㎢)의 12배가 넘지만 2010년까지 400㎢까지 확대 개발될 예정이다.
이 곳에는 현재 GS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2005년 6억3,000만달러 규모의 정유 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3월부터 공사중이다. 라스라판 내 최초로 한국업체가 EPC(설계, 구매, 공사) 및 시운전을 수행하는 현장이다. 또한 한국업체끼리의 최초 공동 수행 사업이라는 부문에서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GS건설이 이번 공사를 수주할 수 있었던 데는 그 동안 카타르에서 쌓아온 신뢰가 큰 몫을 차지했다. GS건설은 지난 1998년 당시 LG엔지니어링(LG건설과 합병 후 GS건설로 사명 변경)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노드코(NODCO)로부터 총 7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독일 루르기(Lurgi) 등과 함께 수주하며 처음으로 카타르에 진출했다. 이 부장은 “당시 IMF로 인해 회사 전체가 유동성 문제를 겪었지만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카타르 정부로부터 믿음을 얻었다”며 “그것을 계기로 NGL(Natural Gas Liquidㆍ천연휘발유)-4 공사까지 따냈고 이 공사도 예정기간보다 1달 이상 공기를 단축하면서 이후 카타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스라판 현장은 ‘할라스’라고 불리는 지독한 모래바람으로 악명 높다. 할라스는 아랍어로 ‘끝났다’, ‘마지막이다’는 뜻으로 그만큼 중동 사람에겐 무서운 존재다. 라스라판 GS건설 현장의 이동권 부장은 “작업복에 마스크와 보안경까지 착용해도 금세 코와 입 안으로 모래가 들어온다”며 “그렇지만 해외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앞으로 추가 수주를 위해서는 잠시 힘든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Sㆍ대우 컨소시엄 현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또 다른 최초 타이틀이 붙은 현장이 나타난다. 바로 현대건설이 일본 토요(TOYO)사와 합작해 공사를 하고 있는 GTL(Gas To Liquid) 플랜트 공사 현장. GTL 플랜트는 천연가스에서 바로 경유, 납사, 중질유, 등유 등의 액체 상태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정으로, 현대건설이 국내 업체로는 첫 발을 내딛은 것. 현대건설이 수주한 곳은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GTL 구역 8곳 중 4번 현장으로 가장 핵심적인 공정 중 하나이다.
권오식 현대건설 도하지점장은 “이미 현지에서 기술력을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발주처(QP와 Shell의 합작법인) 중 한 곳인 Shell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공사에서 일부 업체의 부실공사가 문제가 됐는데 왕실 회의에서 ‘현대건설이 1982년 완공한 쉐라톤 호텔은 아직도 튼튼하다’는 말이 나온 후에 카타르 내에서 현대건설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사우디 서부의 알 쥬베일 공단에선 대림산업이 이탈리아 업체인 테크니몽(Tecnimont)사와 합작해 공사를 진행중이다. ‘알 와하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곳에선 대림산업은 프로판으로부터 직접 프로필렌을 만들어내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프로판탈수소) 시설 공사를 맡았고, 테크니몽은 프로필렌을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ㆍPP)으로 만드는 부분을 담당한다.
당초 이 공사는 대림산업 단독의 몫이었으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합작형태로 수주하게 됐다. 현장 소장을 맡고 있는 이상택 부장은 “테크니몽이 발주처의 합작 법인 중 한 곳인 이탈리아 바셀(Basell)사와의 공사 경험이 풍부해 선택하게 됐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라서 배울 점도 많아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 와하 페트로케미컬의 살레 밤단(Saleh M. Bahamdan) 사장은 “어느 곳이 더 잘하고 있는지 말은 하지 않겠다”면서도 “현장에 가서 공사 진척도를 보면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대림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표시했다.
대림산업은 최근에는 단독으로 입찰에 초청되거나 우선 협상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과 특성화 전략을 인정 받고 있는 것. 이렇게 수주 가능한 물량이 늘고 있음에도 대림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상택 부장은 “배고플 때 바로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전략적으로 수익성이나 향후 사업 전망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지금 제2의 황금기"
엄청난 공사 물량 쏟아져 한화건설등 잇단 지사설립…해외업체와 치열한 수주전
"사우디아라비아가 암흑기를 지나 제2의 황금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상택 대림산업 알 와하 페트로케미컬 공사 현장 소장은 "사우디에 엄청난 양의 공사 물량이 계속해서 쏟아진다"며 "당분간 국내를 비롯한 해외 업체들이 사우디에서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사우디에서는 지난 1986년 이후 2003년까지 공사 물량이 급격히 줄어 국내에선 일부 건설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철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주량이 늘어나자 다시 지사나 법인을 세우는 업체가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한화건설은 사우디에 지사를 설립했고, SK건설도 지역 다변화 전략에 따라 중동 최대 시장인 사우디 지사를 만들었다. SK건설은 플랜트 공사 외에 계열사인 SK텔레콤 등과 함께 사우디 정부와 U-City 건설에도 나서고 있다.
쌍용건설도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플랜트사업본부가 없어지는 바람에 철수한 사우디에 법인 설립을 추진중이다. 두바이지사 이재궁 과장은 "법인을 만들기 위해 사우디 현지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측은 이르면 9월쯤 법인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사 물량이 늘어나고 진출하는 우리 기업의 참여가 늘면서 수주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올해 초 5억5,000만달러 규모의 벤젠, 휘발유 등을 생산하는 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본 계약을 앞두고 있다. 대림산업은 사우디기간산업공사(SABIC)의 자회사인 카얀사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 유화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
그 밖에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일찌감치 수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발주될 공사가 줄줄이 대기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우디 진출 국가 중 36억달러를 수주해 실적 1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벌써 15억3,000만달러의 공사를 계약했고 확보한 공사와 추가 물량까지 포함할 경우 지난해 수주금액을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살레 밤단 페트로케미컬 사장 “한국인, 성실하고 의욕적”
알 와하 프로젝트를 발주한 알 와하 페트로케미컬의 살레 밤단(Saleh M. Bahamdanㆍ사진) 사장은 "대림산업의 근무자들을 통해 한국인들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 전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하라(75%)와 바셀(25%)의 합작법인인 알 와하 페트로케미컬은 당초 이번 공사를 대림이 단독으로 수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밤단 사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림이 바셀과의 사업 경험이 풍부한 테크니몽을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켰다"며 "하지만 현재 사업 진척도만 봐도 누가 기술력이 뛰어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림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테크니몽과 조인트벤처 형태로 공사를 수주했으며, 현재 대림이 70% 정도, 테크니몽이 절반 가량 공사를 마친 상태다.
사우디에서 한국 업체들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1980년대만 해도 유럽쪽에서 수주를 많이 했지만 90년대 이후로는 한국이 따낸 공사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인들은 모두 성실하고(sincere), 의욕적이고(aggressive), 열심히 일한다(hard working)"고 평가했다.
밤단 사장은 원유 매장량이 풍부한 사우디에서 앞으로 플랜트 뿐만 아니라 도로, 주택, 학교 등의 시설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정부 발주 공사가 많았지만 앞으로 민간기업도 참여해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다음에도 꼭 대림과 같은 한국 업체와 비즈니스를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