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와 검지를 맞추면 자연스럽게 동그라미가 만들어집니다." 구자영(사진) SK에너지 사장이 엄지를 최고경영자(CEO), 검지를 임원에 비유하며 한 말이다. 엄지와 검지를 맞췄을 때 만들어지는 동그라미는 곧 돈을 상징하는데 이는 CEO와 임원이 돈 문제를 해결하고 경영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구 사장은 지난 23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손가락에 기업의 조직을 비유한 '손가락 조직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구 사장은 엄지와 검지에 이어 중지는 팀장, 약지는 사원, 새끼손가락은 신입사원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가락 중 중지(팀장)가 가장 긴 것은 그만큼 역할도 크고 활동도 많아야 함을 뜻하나 중지가 혼자 잘나 다른 손가락의 역할을 무시하면 이는 조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특히 엄지(CEO)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다섯 손가락 중 엄지만이 다른 네 손가락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CEO는 포용성과 개방성을 갖추고 구성원 누구와도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엄지가 다른 손가락 속으로 숨어버리면 주먹의 파괴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면서 정권(正拳)을 쥐어보이기도 했다. 조직의 사기가 떨어졌을 때나 위기를 맞았을 때 엄지가 우뚝 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구 사장은 검지(임원)에 대해서는 "검지가 엄지나 중지가 아닌 손가락과 만나게 하려면 얼마나 불편하냐"면서 "임원이 팀장을 제치고 사원들과 만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손가락끼리 손등 쪽에서 만나게 하려면 몹시 불편한데 이는 조직원들이 뒷전에서 은밀히 만나 모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조직 내 구성원의 역할과 리더십을 손가락으로 설명한 대목을 읽고 공감해 나름대로 재해석해본 것"이라며 "앞으로 회사를 이끄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 사장은 "취임 이후 국제 석유제품 시황이 악화돼 어려움이 있었지만 종합에너지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생존전략을 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내년에는 그동안 준비한 기술기반 경영전략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한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