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하던 올해 초 채권금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상승세를 탔다. 채권금리 상승(채권가치 하락)이 계속되자 돈(펀드 가입자)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채권투자는 끝났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이 속에서 지난해 말 3.28%까지 곤두박질쳤던 지표금리(국고채 3년물)는 지난 2월1일 4.06%까지 치솟았다.
2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29일 상황은 돌변했다. 금리는 곤두박질쳐 4% 아래로 속절없이 내려앉았고 30일에도 흐름은 이어졌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과도했을까. 꺾인 경기지표는 채권시장에 호재로 등장했고 시장을 떠났던 자금은 순식간에 U턴했다. 3월30일 장중 한때 국고채 3년물 4-5호의 수익률은 전날보다 0.3%포인트나 급락하며 3.87%를 기록, 1월27일(3.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채권금리는 할인개념(선이자공제)이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치는 떨어진다. 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 금리는 상승한다. 투자 등 돈을 쓰고자 하는 곳이 많아져 돈값(금리)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가치는 하락한다. 반대로 경기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면 금리는 떨어지고 채권가치는 상승한다. 따라서 채권투자자들은 경기가 하락할 때(채권가치 상승)가 대세상승기이다.
혼돈에 빠져 있는 경기는 수직 하강하는 주가지수와 함께 채권시장에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경기회복은 멀었다’는 인식은 이제 채권시장에 또 하나의 ‘테마’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물론 무조건적 비관론이 시장을 휘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복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낙관론이 현저하게 퇴조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당분간 콜금리 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해석 속에서 지표금리가 3%대에 안착했다는 성급한 분석까지 나온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지 않으면 금리의 가파른 하락세도 예견된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LG증권은 연초 이후 불거졌던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조정을 받을 경우 지표금리가 오는 4월 중반까지 3.7~3.8%를 목표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채권매수세가 증가하면서 금리가 더욱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증권도 3월 생산이 수출호조 등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회복 속도는 연초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