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이버가 쇼라고? 아닌 말씀.'
16일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으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4시즌은 '장타자 전성시대'로 정리해도 좋을 듯하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오랜 골프 금언은 퍼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는 제격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시즌 통계는 드라이버 샷 거리와 돈 사이에 더욱 또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시즌 상금랭킹 20위 이내 선수들 중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톱10에 이름을 함께 올린 장타자는 6명이나 나왔다. 샷 거리 톱20으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에 가까운 9명에 달했다. 상금랭킹 2위에 오른 허윤경(24·SBI저축은행)은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7위에 올랐다. 상금 3위 이정민(22·비씨카드)과 상금 5위 백규정(19·CJ오쇼핑)은 각각 샷 거리 5위와 11위다. 상금 10위에 오른 김세영(21·미래에셋)은 지난해에 이어 장타 1위(평균264.71야드)를 차지했다.
허윤경은 샷 거리의 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1위(255.92야드)였던 허윤경은 이번 시즌 7위(261.05야드)로 점프했다. 우승 수에서는 2승으로 지난해 1승보다 1승 늘었지만 경기 내용은 확연히 달라졌다. 두 번째 샷에서 좀 더 짧은 클럽을 잡을 수 있게 되면서 평균타수가 지난해 72.24타에서 올해 71.19타로 1타 넘게 낮아졌다. 프로 선수에게 18홀 평균 1타는 대회당 3~4타에 해당하는 상당한 차이다. 장타자로 변신한 허윤경은 마지막 4개 대회에서 2위-우승-2위-2위라는 빛나는 성적을 냈다.
퍼트 부문은 어떨까. 평균 퍼트 수 톱10으로 상금 20위 이내에 든 선수는 김효주(퍼트 10위·상금 1위), 백규정(퍼트 5위·상금 5위), 김하늘(상금 9위·퍼트 9위) 등 세 명뿐이다.
우승자들을 봐도 장타자들의 득세가 두드러진다. 이번 시즌 27개 대회에서 1개 이상의 우승트로피를 나눠 가진 '챔피언스 클럽' 멤버 14명 중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 250야드 미만인 선수는 단 두 명뿐이었다. 250야드 이상인 선수들이 27승 중 25승을 삼켰다는 뜻이다. 물론 짧고 정교하게 치는 선수가 우승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평균 250야드는 때려야 정상 도전에 이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250야드 미만의 우승자인 윤채영(한화)과 이승현(우리투자증권)은 나란히 평균 244야드대를 기록했다. 아울러 올 시즌 2승 이상을 거둔 8명 중 5명은 샷 거리 20위 이내에 들었다. 5승을 쓸어담은 상금왕 김효주는 21위(256.44야드)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드라이버 샷 정확도다. 상금 20위 이내 중 페어웨이 안착률 톱20에 든 선수는 19위인 김효주(81.43%)가 유일하다. 정확도만으로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장타자들의 강세는 무엇보다 코스 길이를 길게 세팅하는 변화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교습가로 활동 중인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클래스A 멤버 장재식 프로는 "코스가 길어지면서 아무래도 두 번째 샷에서 긴 클럽을 잡아야 하는 선수들의 버디 기회가 줄게 되는 등 샷 거리에 따른 변별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선수들은 동계 훈련 동안 근력 운동으로 파워를 늘리고 페어웨이를 놓칠 경우에 대비해 웨지 샷 등 쇼트게임 연습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