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中 LCD라인 'LG 사이즈' 7세대로" 파격적 카드 빼들어

표준경쟁 접고 '中맞춤형' 실리 선택… 8세대 보다 1兆원가량 투자費도 절감


삼성전자가 중국에 8세대가 아닌 LG 사이즈의 7세대 LCD 라인을 구축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표준경쟁을 벌여온 LG디스플레이의 규격을 해외에서 처음 수용하는 것으로 급성장하는 중국 LCD 시장에서 42인치 TV용을 잡기 위해 나온 효율 위주의 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쑤저우 등에 기존에 고려하던 8세대가 아닌 7세대 LCD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전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국내 장비업체들에 발주를 타진하는 한편 중국 및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자사의 7세대 규격이 아닌 LG의 규격을 논의하고 있어 주목된다. 8세대 이후 규격은 삼성과 LG가 똑같지만 7세대까지는 투입기판 크기가 서로 다르다. LG디스플레이의 7세대는 42인치를 겨냥, 1,950×2,250㎜인 반면 삼성전자의 7세대 기판은 40인치용으로 1,870×2,200㎜로 다소 작다. 이는 삼성이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특정 규격의 TV용 패널 시장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지 세트업체와의 제휴 내지 거래선 확보 또한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7세대 규격을 채용한 라인을 중국 쑤저우 등에 짓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42인치 LCD TV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고 현지 TV업체가 이 사이즈의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LG의 7세대 라인은 42인치 생산에서 99%의 효율을 보인다. 즉 원판 한 장을 가공해 8장의 42인치 패널로 쪼개면 남아서 버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삼성의 7세대는 40인치에 포커스(효율 99%)가 맞춰져 42인치용으로 사용하면 15% 이상을 버려야 한다. 결국 새 방안은 '중국 맞춤형' 라인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다.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8세대의 경우 중국정부 지원과 현지 TV업체와의 제휴 등을 포함해 총 3조원의 비용을 예상해왔다. 하지만 7세대라면 총 2조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다. 파격적인 이번 카드는 감사팀의 감사(경영진단)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감사팀은 이달부터 LCD사업부를 살피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다. 당초 LCD사업부는 중국 정부의 요청과 업계 리더십 강화폭 등을 고려해 8세대 구축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올 초 중국시장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효율적인 사업방식으로 전격 선회하기로 했으며 이런 큰 틀의 전략 변화가 7세대 구축안으로 전환하는 세부 사업 지휘로 이어지는 배경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국내 차세대 패널 투자안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와 8세대 라인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8세대는 대규모 투자와 고난도 기술이전이 부담인 반면 46~55인치의 다양한 제품군을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어 투자비용과 여론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전체 LCD 패널 시장을 포괄적으로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