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B 골드만삭스처럼 될 수 없어 틈새전략으로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심포지엄
M&A 확대·신뢰회복 등 자본시장 발전 방향 제시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린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한국의 투자은행(IB)이 골드만삭스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틈새전략으로 특화된 시장을 구축한다면 미국의 시카고와 같은 차별화된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 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틈새전략을 한국자본시장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돕스 소장은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금융투자 산업도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세계 3위에 해당하는 파생상품거래 시장을 보다 강화하거나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경쟁력을 높여 아시아지역의 자산운용센터로 자리매김하는 등의 틈새전략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돕스 소장은 특히 한국의 선진 정보기술(IT)과 혁신 선호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이 뛰어난 IT를 활용해 금융시장 혁신에 성공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금융투자산업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엔진으로 보고 규제완화나 세제혜택 등 전략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버나드 블랙 노스웨스턴 로스쿨ㆍ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도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따라할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와 달리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비교우위'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틈새전략 외에 인수합병(M&A)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키워드로 제시됐다.

돕스 소장은 "한국의 금융기관은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비교할 때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다른 경쟁국가와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부 금융기관의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 참여자의 역량 제고를 위해 증권사 규제 완화와 동시에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며 "M&A 추진 증권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경영 부실 증권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한국형 투자은행(IB)의 안착을 위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 등 금융투자업계의 규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지정된 한국형 IB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지속하겠다"며 "증권사의 영업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위험 관리지표로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NCR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수 금투협 회장도 증권업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와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국내 자본시장의 취약한 기반, 은행에 편중된 금융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금융산업이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신뢰 회복이 한국자본시장 발전의 근본적인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블랙 교수는 "건실한 증권시장을 구축해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증권시장을 강화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자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정직한 기업의 주가도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위험이 큰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여러 승인 단계를 두거나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집중투표제를 도입, 신용평가기관의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확보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