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짙어지는 글로벌 경제… 증시 QE3 이전으로 뒷걸음질

IMF, 세계 성장률 하향 조정에
한은 금리 결정 앞둬 불안 증폭
외국인·기관 매물 대거 쏟아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일제 급락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옵션만기도 지수에 부담을 줬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약발은 사실상 소진된 만큼 앞으로 글로벌 경기회복과 기업들의 실적개선 여부에 따라 증시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0.82포인트(1.56%) 하락한 1,948.22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QE3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1,950.69포인트) 수준까지 떨어졌다. QE3에 힘입어 2,000선을 가뿐히 돌파했던 국내증시가 한 달 도 채 안 돼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 수급을 뒷받침했던 외국인도 이날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1,049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2,87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난달 17일 이후 가장 많은 규모의 매물을 쏟아냈다.

양적완화에 힘입어 랠리를 이어갔던 대형주들도 일제히 미끄러졌다. 삼성전자가 3.43% 떨어진 132만5,0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포스코(-1.40%), 신한금융지주(-0.93%), LG화학(-1.73%), 현대중공업(-0.82%), SK하이닉스(-2.34%) 등이 하락했다.

이처럼 증시가 한 달도 안 돼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세계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각각 3.3%, 3.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앞서 세계은행도 중국의 올해 경제 전망치를 8.2%에서 7.7%로 낮추는 등 글로벌 경제에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과 옵션만기를 앞두고 불안감이 증폭된 점도 지수에 부담을 줬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로존 등 대외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옵션만기를 앞두고 매수차익잔액이 늘어나면서 일부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9월 옵션만기 이후 3조원 수준에 머물던 매수차익잔액은 현재 4조2,151억원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구권 연구원은 "베이시스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을 중심으로 차익 매수 물량이 유입되고 있다"며 "다만 연말 배당이 매력적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거래세가 비과세되는 국가지자체의 경우 3,000억원가량 추정되는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유동성 약발이 사실상 소진된데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증시가 좋은 흐름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증시를 밀어 올릴 재료는 세계 경기개선 여부와 실적"이라며 " QE3 이후 미국의 고용지표, 유럽안정화기구(ESM)를 공식 출범한 유로존의 동향, 그리고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등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선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세계경기가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어닝시즌에 돌입한 기업들의 실적 추이에 국내 증시가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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