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우즈 주최대회서 시즌 2승

'전설들의 대회' 연속 챔프 등극…통산 6승으로 시즌 상금도 300만弗돌파


“트로피 여기 있어요, 빅 가이(Here’s your trophy, big guy).”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로부터 우승트로피를 건네 받고 만감이 교차된 표정으로 입을 맞췄다.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DC 인근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주간에, 현역 최고의 선수로부터 받은, 미국 국회의사당 모형을 한 은빛 트로피였다. 5주 전에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잭 니클로스(미국)가 주최하는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PGA투어 홈페이지는 최경주의 2개 대회 시상식 사진을 나란히 싣고 ‘전설들 속의 우승자’라는 제목을 붙였다. 두 전설과의 만남은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최경주의 다음 목표를 더욱 굳건히 만들고 있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0ㆍ7,204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AT&T내셔널. 개막 전까진 아놀드 파머, 니클로스에 이어 현역 선수 3번째로 대회 호스트가 된 우즈가 주인공이었지만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탱크’ 최경주였다. 최경주는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2타차 2위로 경기를 시작해 전날 선두였던 스튜어트 애플비(호주)가 뒷걸음질하는 사이 1위에 올라선 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3타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시즌 두번째이자 통산 6번째인 이번 우승은 수확도 풍성했다.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8만달러를 받아 미국 진출 9시즌만에 처음으로 시즌상금 300만달러를 돌파했고 상금랭킹도 11위에서 4위(324만3,629달러)로 점프했다. 올 들어 그보다 더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는 우즈와 필 미켈슨, 비제이 싱 뿐이다. 또 아시아 선수 PGA투어 최다승 기록도 세웠다. 승부처는 12번홀(파4)이었다. 4번과 8번홀 버디를 잡은 최경주가 애플비를 밀어냈지만 전반에만 3타를 줄이며 치고올라온 스트리커에 동률을 허용한 뒤 10번과 11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1타차 2위로 떨어진 상황. 자칫 무너질 수 있는 고비에서 최경주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내리막 7.6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상승세로 돌아섰다. 13번홀(파3)에서 1타를 잃기도 했으나 앞서 플레이 한 스트리커가 14, 15번홀 보기로 무너져 1타차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15번홀(파4)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기를 잡았고 17번홀(파4)에서는 장기인 벙커 샷을 절묘하게 홀에 집어넣어 역전 드라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자신 대회의 초대 챔피언을 기대했던 우즈는 이날 이븐파 70타를 쳐 합계 2언더파 공동6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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