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소득 자영업자 43만 가구가 사실상 버는 돈으로는 도저히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 되면서 대출은 증가했으나 가처분 소득은 되레 줄어든 탓이다.
1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자영업자는 모두 42만8,000가구로 조사됐다. 여기서 저소득층이란 가족 수를 고려한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을 말한다.
이들의 월 가처분소득은 평균 57만7,000원으로 매달 원리금 145만1,000원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눈 채무상환비율(DSR)은 무려 251.4%나 된다. DSR 비율이 40%가 넘으면 고위험군 가구로 분류된다.
연간 단위로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저소득 자영업 가구의 연간 가처분소득은 692만6,000원인데 금융대출 잔액은 1억6,934만원으로 24배에 달한다. 저축액은 3,964만원으로 조사됐지만 빚이 많아 저축액 대비 금융대출 잔액 비율이 427.1%나 됐다. 집을 팔지 않고는 빚을 갚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금융대출이 많은 자영업자가 사업 악화로 소득이 급감하며 저소득층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이 있는 전체 저소득층(156만4,000가구)도 DSR 비율이 101.4%나 돼 채무상환 능력이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득층(중위소득의 50% 이상~150% 미만)이나 고소득층(중위소득의 150% 이상)에서 이 비율은 각각 24.1%, 18.9%였다.
지난 1년간 연체 경험이 있는 저소득층은 49만7,000가구로 이들의 DSR 비율도 106.0%였다. 연체 기록이 없는 나머지 저소득층 106만7,000가구도 DSR 비율이 99.3%에 달해 연체율이 급등할 소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빚더미에 몰린 저소득층의 상황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채무 감면 대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 사업 확대, 최저임금 현실화 등 소득 증가 방안과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