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립극장의 총체연극 `우루왕'

[리뷰] 국립극장의 총체연극 `우루왕' 경남 경주시 반월성터. 옛 신라의 고도인 이곳에 다시 성곽이 세워지고 누각이 올랐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 고유 창극의 현대화 작업이 힘찬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지난 13일 저녁 7시30분 반월성터에서 국립극장의 총체연극 「우루왕」이 공연됐다. 어른 키로 허리춤까지 웃자란 잡초들이 깎이고 그 터에 우리 공연 역사에 한 장을 기록하게 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연희가 첫선을 보였다.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0」 특별 초청공연인 우리의 서사무가 「바리공주」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설레는 만남이었으며, 「우루왕」은 전통 창극과 서구적 뮤지컬의 생경하지만 의미있는 접합이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한반도의 고대국가 조선의 임금 우루가 세 딸에게 영토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참된 효심을 가진 셋째딸 바리를 버리고, 불효막심한 첫째와 둘째딸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었다가 배신을 당한다. 그 충격으로 미친 우루왕은 광야를 헤매다가 죽을 병을 얻지만, 결국 셋째딸 바리가 목숨을 걸고 「천지수」라는 약을 구해 와 생명을 구한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셋째딸이 지극한 효심으로 아버지를 돕는다는 내용.「우루왕」은 서사구조 면에서 「리어왕」이나 「바리공주」 신화와 유사하다. 이런 친숙함 덕분에 연극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야 할 불필요한 수고를 덜고,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다. 선과 악의 대립, 배신과 분노, 다시 복수와 선의 승리, 이렇게 거듭되는 반전 속에서 이상기온 탓에 단 몇분도 참아내기 힘든 노천 객석에서도 어느 정도 추위를 억누를수 있었다. 전통 창극과 서구적 뮤지컬의 형식상의 만남은 그렇게 행복하게만 여겨지진 않았다. 명창 안숙선과 광대들의 우리 가락은 야외 무대와 어우러져 구성지게 가슴에 다가왔고, 우루왕 역의 뮤지컬 배우 김성기의 육중한 강속구같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뇌리에 새겨질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선율은 우리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기법은 서구적인 우루왕의 발성과 전통 판소리에 기반한 바리 역의 이선희의 목소리는 때론 물과 기름처럼 다르고 어색하게 느껴져, 연극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있던 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판소리 창법과 서구적 발성의 조화로운 공존. 이것이 새로운 총체연극 「우루왕」이 대중에게 보편적인 공연 장르로 정착되기까지 필수불가결한 과제일 듯하다. 또 하나 아쉬움은 여주인공 바리 역의 이선희. 신인으로는 역부족인듯 천변만화하는 바리의 인생역정을 표현해내기에는 연기력도 가창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야외무대에서 첫선을 보인 총체연극 「우루왕」은 일단 창극의 현대화와 대중화에 유의미한 출발을 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한편 국립극장은 오는 12월 15~17일 해오름극장에서 극의 내용과 형식면에서 일신된 총체극 「우루왕」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문성진기자 입력시간 2000/10/16 17: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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