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에 따라 유럽을 탈출한 투자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위기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위험 수준인 7%선을 넘나들고 있는데다 올 3ㆍ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발표치보다 낮은 2.0%로 하향 조정되면서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월(23일 현재) 전세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239억달러에 달해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암젠은 지난 3월 이후 6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스프린트넥스텔 역시 4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 밖에 소매업체 로우즈와 BHP빌리턴 역시 최근 각각 10억달러, 30억달러를 차입하는 데 성공했다.
자금조달비용을 뜻하는 회사채 금리 역시 급격히 낮아지는 추세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미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는 2008년 10월 9.3%까지 치솟았으나 현재는 3.96%선까지 떨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적은 이자를 내고도 더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주요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 역시 벌어지고 있다. 10월 말 230bp(1bp=0.01%)였던 회사채 대비 벤치마크 국채 수익률의 스프레드는 최근 266bp까지 차이를 벌렸다. 이는 국채보다 회사채를 더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그레그 홀 채권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이 안전이 보장되는 회사채를 좀 더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특히 미국의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 들면서 유로존 국채를 대거 보유한 유럽 은행의 자금난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금융권의 달러 조달 비용을 뜻하는 유로-달러 스와프 비용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며 "이번주 이탈리아와 스페인ㆍ프랑스 등이 또다시 국채 발행에 실패한다면 위기감이 극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이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