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 e-기업] 에이케드

지난 5월 중순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작은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세계 최대 디지털TV 업체 중 하나인 LG전자가 디지털TV용 반도체의 설계검증 SW인 설계자동화(EDA) 프로그램을 토종 제품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 반도체 EDA 시장이 미국 기업들에 의해 완전 장악돼 있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지만 기분좋은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EDA 시장만 존재할 뿐, 산업은 없었습니다. 힘들게 개발하느니 외산을 수입해 쓰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죠.” ㈜에이케드의 김삼모(37) 사장은 LG전자의 이번 선택이 토종 EDA 솔루션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EDA 솔루션시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케이든스, 시놉시스, 멘토 등 3개사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지만 그 기반산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설계검증 솔루션 분야는 100% 외산에 의존해 왔다. 에이케드는 지난 2001년부터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공동 주관한 국책 프로젝트 `시스템IC 2010 사업`의 지원을 받아 관련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에이케드의 EDA 솔루션 `파인파워`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경쟁 제품이 정적인 분석만 가능한 데 반해 정적ㆍ동적 분석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 EDA 솔루션의 핵심 기능은 반도체 회로를 그릴 때 발생하는 일종의 노이즈인 `기생소자`를 예측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전압강하(voltage drop) 현상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보다 효율적인 예측과 컨트롤을 위해서는 실제 동작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외산 솔루션은 아직 이 단계에 못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회로의 공정이 0.13 마이크론만 돼도 좁아진 선폭 때문에 더 많은 기생소자가 발생해 제어가 더욱 어려워지는데 파인파워는 최신 기술인 0.09 마이크론까지 커버할 수 있다. 이처럼 한발 앞서나간 기술을 갖고도 파인파워의 가격은 외산 제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산 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에이케드는 LG전자 뿐 아니라 국내 대형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아남 등에서 파인파워의 테스트를 만족스럽게 마친 상태여서 하반기부터 서서히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12월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혼용해 검증할 수 있는 `파인심`을 완성해 파인파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두 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해외진출을 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네임밸류가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탁월한 기술을 바탕으로 소니ㆍ도시바ㆍSTM 등 세계적인 대형 고객들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EDA 솔루션을 구입해 쓸 여건이 안 되는 국내 중소규모의 반도체 업체나 교육기관이 원한다면 파인파워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서 창업 2000년 서울 이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삼모 사장과 중국계 미국인 앤디 황이 지난 9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에이케드를 설립했다. 세계적인 EDA 업체인 시놉시스 등에서 일하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이후 2000년 6월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반도체 EDA 솔루션인 파인파워를 비롯해 `파인웨이브` `파인 HDL` 등의 제품을 개발해 왔으며 미국ㆍ일본ㆍ유럽에 소규모 지사를 두고 있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실리콘밸리의 경쟁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반도체 EDA가 전기ㆍ전자와 SW에 두루 능통해야 하는 분야다 보니 인력 자체가 매우 희소하지만, LG반도체ㆍ하이닉스ㆍ삼성전자 출신의 석ㆍ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 10여명이 똘똘 뭉쳐 에이케드를 이끌고 있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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