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빅3가 브랜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 자동차 업체들의 과당 인센티브 및 가격 인하 경쟁이 업계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 추락을 불러오고 있는 것.
최근 인센티브 경쟁을 주도했던 크라이슬러는 이미 지난 1ㆍ4분기 12억 달러의 손실을 경고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뒤따라 할인 전쟁에 뛰어든 포드와 GM역시 조만간 적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관련. MSNBC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자동차 업계의 가속화하고 있는 할인 공세에 `중독`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브랜드 붕괴`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9일 보도했다.
빅3의 인센티브 정책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 공략에 맞서 지난 90년대 초부터 10년간 지속돼오고 있다. 당초 신선한 가격 할인 정책은 판매 증대에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정책이 점입가경식으로 확대되면서 수익 기반을 갉아먹고 있는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포드는 최고 3,000달러의 리베이트 제공 및 무이자할부 판매 등을 골자로 한 인센티브제의 시한을 7월까지 연장한다고 지난 주 밝혔다. GM과 크라이슬러도 이에 뒤질세라 4,500달러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빅3의 이 같은 인센티브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신모델을 대량 출시할 내년까지는 제 살 깍 아 먹기 경쟁을 피할 수 없으리란 것.
그러나 수 십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 제공에도 불구하고 빅3의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CSM월드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빅3의 승용차 및 경트럭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의 63.3%에서 61.9%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빅3의 위기는 가격 할인 공세 말고는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지난 90년대 초 일본 업체들의 미국시장 공략에 따른 위기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시는 미니밴, 스포츠 유틸리티 등 경트럭 붐과 구조조정에 힘입어 되 살아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잃어버린 경쟁력을 찾을만한 요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