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수입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가계부담이 늘어나면서 인위적인 엔저의 부작용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오전 한때 달러당 102.15엔까지 급락하며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달러당 100엔'선을 돌파한 데 이어 5거래일 연속 하락한 것이다. 지난주 말 영국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일본 측이 '엔저 면죄부'를 또 한번 얻어낸데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준비 등 미국의 경기회복 관측이 두드러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행렬이 더욱 늘고 있다.
일본 닛케이종합지수도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기업이익 향상 기대감이 더해지며 1.2% 오른 1만4,782.21로 마감해 200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일본 국채 가격 폭락도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지난주 말보다 0.110% 높은 0.831%까지 오르며 3개월 기준 최고치를 형성했다.
또 엔저로 연료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일본의 3월 현금급여 총액은 지난해 3월보다 0.6%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장기금리 하락세를 유도해 투자 및 소비 촉진 등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급기야 엔화가치 하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ㆍ재생담당상은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엔저도, 과도한 엔고도 경제에는 마이너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라며 과도한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5원60전 오른 1,111원70전으로 마감했다. 특히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0원60전이나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려 변동성이 컸다. 엔저 추세와 달리 원화는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