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대리투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통진당 부정경선 의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첫 본안 판단으로, 앞으로 남은 사건에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ㆍ민일영 대법관)는 2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모씨 등 통진당원 3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은 정당 대표자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와 달리 국회의원 당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절차"라며 "직접투표의 원칙은 경선 절차의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판결했다.
이어 "통진당은 당규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경선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며 "직접투표의 경우 대리투표가 금지됨을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백씨 등은 지난해 4·11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뽑기 위한 전자투표 과정에서 다른 유권자들의 인증번호를 이용해 투표시스템에 접속한 뒤 대리투표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백씨 등은 당시 "당규상 투표 종류는 직접·전자·우편투표 3가지로, 직접투표의 경우 대리투표가 금지돼 있지만 전자투표는 당헌·당규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당내 경선에서 전자투표의 대리투표는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비례대표 후보 당내 경선은 간접적으로나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절차의 성격을 갖고 있고, 투표방식도 직접·평등·비밀 투표를 전제로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백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통진당 부정경선 사건에서 대리투표 횟수가 많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한 20명을 구속기소하고 범행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442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5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형이 확정된 인원은 이날 대법원 선고까지 포함해 18명(1심 10명, 2심 4명, 3심 4명)이다. 나머지 439명은 1심, 53명은 2심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乙)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조모씨 등 2명에게 각 징역 1년을, 이모씨 등 4명에게 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또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같은 혐의로 징역 8~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손모씨 등 8명에 대해서는 "관악을 지역 거주자들에 대한 착신 전환 조사도 유죄로 봐야 한다"며 일부 무죄 판단을 내린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