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 건설업체에 세계 부호 1·2위(블룸버그 집계)인 빌 게이츠와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 그리고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나란히 지분을 확보해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카를로스 슬림의 카르소그룹이 스페인 건설업체 FCC에 7억유로(9,638억원)를 투자해 지분 25.6%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 회사 창업자의 딸 에스테르 코플로위스의 보유지분 22.43%보다 많은 것으로 이 회사 역사에서 창업자 가족이 아닌 최대주주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CC의 지분 3.1%를 보유한 소로스도 지분을 늘리기 위해 사측과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슬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전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립자도 지난해 FCC에 1억1,350만유로를 투자해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FCC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대표 건설업체로 도시 인프라부터 수처리 등 환경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사업이 기울면서 최근 비용과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FCC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주 10억유로를 발행, 슬림이 이를 사들였다. 스페인 건설업계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FCC는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해 전체 매출에서 42%를 유럽·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올리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FT는 글로벌 투자가들은 스페인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해 스페인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스페인은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싱가포르 테마섹과 카타르홀딩스 등이 스페인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