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회계부정과 경영부실로 파산 위기에 처한 자국 기업의 해외 매각을 국가 안보 상의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홍콩 재벌기업 허치슨 웜포아사가 광통신사인 글로벌 크로싱을 인수하려 하자, 이 회사가 해외에 팔릴 경우 초래될 국가 안보상의 하자와 관련,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이는 시장 경제 선도국인 미국이 9.11 테러이후 해외 기업이 자국 정보통신(IT) 기업을 인수하려 할 경우 안보적 검토를 거쳐 허용하는 추세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허치슨은 이에 따라 인수 포기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크로싱은 한국의 ㈜SK와
▲회계 부정
▲해외 자본의 인수 시도
▲파산 위기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시장 경제 원칙보다 앞세우고 있는 최근 상황과 관련, 특히 북핵 등 국가안보가 어느 때 보다 중시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국가기간 산업을 해외 매각할 때 안보적 차원의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SK의 해외 매각의 경우 통신ㆍ에너지 등 국가 기간산업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미 정부의 조치가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크로싱 인수계약에 대해 지난 28일부터 45일간의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위원회는 국방ㆍ법무ㆍ상무부 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위원회의 권고를 토대로 피인수 대상 기업의 해외 매각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가 안보적 차원에서 문제로 삼는 부문은 글로벌 크로싱이 보유하고 있는 10만 마일의 광통신 네트워크가 해외에 넘어갈 경우 미국 통신체계 전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미 언론들은 “미 정부가 글로벌 크로싱의 통신망이 중국이 배후에 있는 홍콩 회사에 넘어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컨소시엄에 참여한 싱가포르의 텔레미디어의 역할이 강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치슨은 지난해 회계부정사건으로 파산한 글로벌 크로싱의 지분 61.5%를 2억5,000만 달러에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었다. 미 통신회사인 IDT사는 “크로싱의 매각은 국가 안보상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수 의사를 밝혔다.
한편 2001년에 프랑스 알카텔사가 루슨트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려 했으나, 워싱턴 정가가 미국 국방산업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는 바람에 인수에 실패한 적이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