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8일 현지시각으로 오후8시에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알리게 될 성화가 27일 새벽1시 한국에 온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으로 옮겨진 뒤 서울시청까지 24㎞ 구간에서 봉송되는 이 성화는 오후11시께 서해직항로를 통해 북한 평양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채 24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방문이다. 하지만 이날을 준비하는 관계자들은 초비상이다.
지난달 2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될 때부터 시위자 난입 수모를 겪었던 성화가 파리에서 3번이나 꺼지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는 등 아슬아슬하게 세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성화가 꺼지는 등의 돌발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국내 관계자들은 코스와 주자 등 봉송 관련 세부계획을 일체 알리지 않았고 마라톤 경험이 풍부한 경찰관 100명을 선발했다고 한다.
성화 봉송이 초긴장 속에 이뤄지는 것은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인권탄압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중국이 최근 티베트 독립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데 항의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탈북자를 강제 북송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심각한 환경오염부터 이제 정치적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베이징올림픽이 개최 100여일을 앞두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다.
사실 스포츠가 정치적 변수에 영향을 받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데 반발한 한국과 미국 등 67개국이 불참하면서 ‘반쪽’으로 치러진 아픔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혹은 또 다른 문제 때문에 스포츠 그 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는 없다.
반쪽이었지만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동구권에서 처음 치러진 경기로 그 나름의 스포츠정신이 살아 있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역시 수많은 변수가 남아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에 개막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땀 흘린 수많은 선수들이 또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지구촌 팬들의 마음을 울릴 것도 분명하다.
그러므로 스포츠정신을 상징하는 성화는 제대로 봉송돼야 한다. 중국의 인권탄압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당연히 귀하지만 성화봉송을 막아서고서 그 존귀함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