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하락과 할인판매가 아파트는 물론 부동산 상품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집값 하락 지역이 확대되고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상가ㆍ오피스텔ㆍ회원권 등 부동산 시장 대부분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거래침체→자산 디플레이션→담보가치 하락→가계부실→금융권 부실 및 소비침체→주택 값 재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한국이 사실상 부동산 자산 디플레이션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금융규제와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정책변수뿐 아니라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작 등 인구감소와 높은 가계부채, 소득 대비 높은 집값 등으로 집값이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하나경제연구소는 "분명한 것은 지금 추세로는 주택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한다는 것"이라며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35~55세 연령층이 내년부터 감소하고 가계부채 조정이 본격화되면 주택 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수준은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 국가경제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상영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미분양 적체와 금융규제,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과 달리 폭락세로 이어질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특히 서울은 인구유입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지방과 달리 35~55세가 앞으로 5~6년 이상 있어야 감소세로 돌아선다는 점에서 대세 하락기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치는 점도 시장의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값 하락이 장기화되면 거래위축과 자산가치 하락, 소비감소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강보합세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독 가격하락을 겪고 있지 않은 토지시장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침체가 장기화되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단순한 통계로만 판단하기보다 좀더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체크해 시의 적절한 대응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