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캐시카우 오늘과 내일] 1-5. 한국은 `세금나라`

`800만원짜리 1,500cc급 소형승용차에 부과되는 세금이 1년에 무려 209만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보유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참고로 4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내는 세금은 246만원. 세금만 따진다면 소형차 한대를 보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4억원짜리 아파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한 1,800cc 준중형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연간 359만원의 세금을 내 4억원 아파트를 가졌을 때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2,500cc 대형승용차는 549만원의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심각하다. 소형승용차(1,500cc급)를 구입해서 1년간 운행할 경우 내야 하는 각종 세금은 일본과 독일의 1.6배, 미국의 5배에 달한다. 더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한 상대적인 세부담액을 보면 격차가 더욱 커진다. 한국이 미국의 18배나 많으며, 일본과 비교해도 5.8배나 된다. ◇자동차 세제는 여전히 후진국= 남충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수억원대의 아파트와 소형승용차가 취득 및 보유단계에서 비슷한 금액의 조세부담을 지는 것은 자동차 관련 세금이 아주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자동차 관련 세제는 여전히 사실상 바닥권”이라며 “도로파손, 교통ㆍ환경문제 등 자동차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과세형평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세제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부담은 중장기적으로 자동차산업의 성장과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 소득수준에 비해 자동차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데만 급급했을 뿐 좋은 품질과 성능의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외면돼왔다. 재정수입에 자동차 세수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01년 자동차 관련 세수 총액은 21조원이나 징수됐다. 이는 우리나라 조세총액의 17.1%를 차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보급률이 훨씬 높은 일본, 미국, 영국이 4~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내수시장이 불황을 맞을 경우 세수가 크게 줄어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특히 자동차 관련 세수 가운데 지방세 비중이 높아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에 큰 타격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너무 복잡한 자동차 세제=자동차를 타기 위해서 내야 하는 세금은 준조세 성격을 지닌 공채를 포함해 모두 12종류에 달한다. 단계별로 보면 자동차 취득과정에서 6종, 보유과정에서 2종, 운행과정에서 4종의 세금을 낸다. 이들 세금은 지난 70년대말에 기본틀이 만들어진 이후 농어촌특별세, 면허세 등 일부세금이 폐지되고, 특소세와 자동차세가 인하됐지만 유류 관련세금의 신설ㆍ인상이 이뤄졌다. 결국 취득ㆍ보유단계의 세수는 감소한 반면 운행단계의 세수가 증가해 주행세 체제로의 바뀌었을 뿐 선진국처럼 단순화되지는 못했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7종, 미국과 독일의 4종에 비해 무려 2~~3배나 많다”며 “특히 특소세교육세 등 8종류의 세금이 세금에 다시 세금을 과세하는 다중부과체제로 구성돼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취득세와 등록세는 실제 차량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세금이어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세도 자동차특소세, 자동차세, 유류특소세 등 서로 다른 명목으로 3단계에 걸쳐 부과하고 있어 세금 징수가 납세자 위주가 아닌 행정편의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동차세 현실화시켜야=국내 자동차산업이 앞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주력산업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자동차 관련 세제를 단순화 시키고 비현실적인 세제부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별소비세와 등록세를 인하하고, 3단계에 부과되는 교육세와 취득세ㆍ등록세를 각각 통합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저공해ㆍ저연비차 등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동차업계의 개발의욕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이들 차량에 대한 취득세ㆍ등록세ㆍ자동차세 등을 경감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김소림 자동차협회 이사는 “사회적 여건에 많이 바뀌고 자동차의 대중화시대가 열린 만큼 점진적으로 세금을 인하하고,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시켜야 한다”며 “저공해, 저연비차 등 환경친화적인 자동차가 미래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車업계 "특소세 폐지 서둘러야" “자동차에 아직도 특별소비세가 붙나요?” 최근 국산 배기량 1,800cc급 승용차를 구입한 서울 구로동의 A씨는 차량가격에 특소세가 포함돼 있다는 말에 의아해했다. 특히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1,500~2,000cc급 차량에 대한 특소세가 10%에 달하고, 특소세액의 30%가 다시 특소세교육세의 명목으로 징수된다는 말에 “한 집에 준중형차 한 대씩은 대부분 보유할 정도로 보편화됐는데 특소세를 물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특소세는 지난 77년 도입되기 시작해 주로 사치품이나 고가의 수입품에 과세되고 있으며, 2001년 11월 일부 인하됐으나 여전히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1,500cc이하 7% ▲1,500~2,000cc 10% ▲2,000cc 초과 14% 등 3단계로 이뤄진 특소세제를 2단계로 축소하고 세율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더욱 앞당기고, 세율도 큰 폭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득증가로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현행 특소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세법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특소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 자동차 내수시장이 부진하면서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한시적 특소세 인하라도 다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자동차 내수판매는 50만5,59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감소했다. 특히 내년부터 개정 특소세를 시행할 것으로 예고돼 있어 하반기부터는 아예 내년에 구매하겠다는 `구매결정 보류`까지 발생하면 내수는 더욱 부진할 전망이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정부가 특소세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가 문제”라며 “한시적으로 특소세 인하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세금 67%배보다 배꼽이 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더 해진 세금을 놓고 정유업계 뿐 아니라 일반소비자까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6위로 일본의 1.2배, 미국의 2.8배. 석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나라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만 그 보다는 혀를 내둘러야 할 정도로 높이 책정된 세금이 주범이다. 우리나라 휘발유 소비자 가격 가운데 휘발유의 세금비중은 67.3%. 정유공장에서 매겨지는 휘발유가격(세전)은 리터당 428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1,289원으로 껑충 솟구친다. 경유의 세금 비중은 47%, 등유는 34~35% 수준이어서 휘발유와 이들 석유제품의 세전가격 차이는 10~20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가격 차이는 520~700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석유제품 가운데서도 특히 높기 때문이다. 권오성 조세연구원 전문위원은 “휘발유만 유독 여러 형태의 목적세가 붙어 불합리할 뿐 아니라 재정운영의 경직성,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들 세금을 일반회계나 부담금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휘발유가 판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높은 세금으로 휘발유 가격이 비싸졌기 때문이다.휘발유 가격이 높아질수록 가짜휘발유의 마진도 커져 제조업자와 판매업자 모두 유혹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실제 가짜휘발유 적발건수는 지난 97년 178건이었으나 2001년에는 404건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기간동안 휘발유 세금은 교육세율이 높아지고 주행세가 신설되면서 세금액수가 550원에서 860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세금을 현재보다 약 300원 정도 낮춰 IMF 이전 수준으로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면 가짜 휘발유 제조ㆍ유통업체의 마진이 크게 줄어 가짜휘발유 유통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주기자, 손철기자 yjch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