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를 따라오려면 한 발 뒤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생각을 고쳤다.”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 상하이시의 푸동(浦東)지구를 둘러본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의 말이다.
권 수석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로 경제활동자유도가 엄청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모든 생산요소 경쟁력면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엄청나게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중국을 여러 번 갔지만 이번만큼 새로운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실토했다.
권 수석의 별칭은 `쌍(雙)자크(지퍼)`다. 가급적 자신의 속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닉네임이다. 그런 권 수석의 입에서 위기감과 다급함이 곳곳에 배어있는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은 `상하이 쇼크`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쇼크 앞에서는 한 국가의 고위 정책브레인으로서 지니고 있을 법한 자존심도 사라졌다. 재정경제부 차관보 시절 동북아 경제중심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권 수석이 겪는 쇼크가 이 정도였으면 노 대통령이 느낀 위기의식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터다. 아마 등줄기에 식은 땀이 났을 지도 모르겠다.
노 대통령은 이날 귀국후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방중을 계기로 한국의 미래 전망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로 이 상하이쇼크를 표현했다. 점심때 종교지도자들을 만나서는 “비장한 각오로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지도자와 참모들이 늦게나마 우리에겐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온 것은 다행이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영 엉망이다. 경제자유지역법이 이달 초부터 시행됐으나 인천 송도와 충남 대덕은 연구개발(R&D)의 중심은 자기 지역이 되어야 한다며 다투고 있으며, 조특법(조세감면을 위한 특별법)은 서비스업에 대한 감면을 허용치 않아 외국인투자자들의 발길을 되돌려 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워 지역특구(재경부), 5대 지역특화전략(기획예산처), 지역특화산업(산업자원부)계획이 중구난방으로 추진돼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자초하고 있다. 뒤죽박죽이다. 노 대통령과 권 수석의 상하이 쇼크가 좋은 방향으로의 `자극`이 되길 바란다. 무서운 속도로 커진 푸동은 `우리가 여기서 더 흐트러지면 중국에 눌려 쇼크사(死)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