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 선거 혼전 양상

'시장-구청장 줄투표'관행 약해지고 '분리투표' 흐름
한나라 13곳·민주 10곳… 서로 우세지역 주장


'줄투표냐, 분리투표냐.'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를 따라 '줄투표' 양상을 보여왔던 25개 서울 구청장 선거가 여야 박빙승부가 펼쳐지며 과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10~15%포인트 앞서나가는 상황임에도 구청장 선거에서는 '분리투표' 흐름이 나타나며 혼전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지난주 말부터 24일까지 각각 여론조사한 결과 상대방보다 우세 또는 경합우세 지역으로 꼽은 곳은 한나라당이 13곳, 민주당이 10곳에 달했다. 한나라당이 우세하다고 보는 곳은 강남ㆍ서초ㆍ송파ㆍ중구ㆍ도봉ㆍ용산ㆍ구로ㆍ중랑ㆍ종로ㆍ성동ㆍ노원ㆍ강서ㆍ광진구이며 민주당이 앞선다고 분류한 곳은 금천ㆍ영등포ㆍ동작ㆍ관악ㆍ마포ㆍ강동ㆍ강북ㆍ서대문ㆍ동대문ㆍ성동구이다. 성동구의 경우 여야 간에 서로 우세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앞선다고 보는 용산ㆍ강서의 경우 민주당은 오차범위 이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그동안의 '시장-구청장 줄투표' 관행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2006년 오세훈 후보가 61.1%의 득표율로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27.3%)를 누를 때 25개 구청장을 모두 독식했다. 2002년에 이명박 후보가 52.3%의 득표율로 김민석 민주당 후보(43%)를 이길 때도 22개 구청장을 차지했다. 줄투표 흐름은 1998년 고건 국민회의(민주당 전신) 후보가 당선됐을 때 국민회의가 19대 6으로 한나라당을 이긴 전례에서도 확인된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분리투표 경향이 짙어지는 것은 기초자치단체까지 한 당이 독식하는 데 따른 견제심리와 함께 한나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여론이 나름대로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천안함발 북풍이 시장 등 광역단체장에 비해 핵심변수가 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을 앞세워 대거 당선됐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구청장이 자기 말을 잘 안 듣거나 나중에 경쟁자가 될까 우려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지 않은 후보를 공천한 셈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맹정주(강남), 정송학(광진), 한인수(금천), 최선길(도봉), 김형수(영등포)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표가 분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시장-구청장 손발론'을 내세우며 오 후보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 구청장을 뽑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세훈 캠프의 이종현 대변인은 "요즘 유세현장마다 '오 후보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부터 부패한 1당 독재를 바꾸자"며 물갈이론과 정권심판론, 지역 일꾼론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성동의 경우 과거 3선 구청장을 역임해 지역기반이 강한 고재득 후보를 전략 공천하는 등 경쟁력 있는 인물 영입에 신경을 썼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강경 드라이브를 걸면서 야당의 견제론과 정권 심판론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시장과 구청장이 동조화하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으나 이번에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청장 선거에서도 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며 과거 관행대로 줄투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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