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실크로드 열자

최재덕 해외건설협회장


중앙아시아는 넓게는 동서로 카스피해에서 서부 만주지역, 남북으로는 알타이산맥에서 히말라야산맥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만나고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이 만나는 곳이자 과거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의 중심지였다.

우리에게는 19세기 가난한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 국경을 넘은 이래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을 거치면서 현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만도 28만여명의 고려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원 매장량·경제발전 가능성 주목

아픈 우리 역사의 단편이기도 한 이 사실이 지금에 와서는 우리가 중앙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중앙아시아 진출실적은 다른 지역들에 비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전까지 이 지역이 우리에게는 매우 접근하기 어려웠던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건설의 경우에도 1993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1억달러 규모의 병원 공사를 수주하며 뒤늦게 진출한 이래 2014년 6월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총 305건 242억달러를 수주, 우리나라 전체 해외건설 수주의 4%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때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중견 주택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히 시도되기도 했으나 2008년 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꾸준한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지역이 최근 막대한 자원 매장량과 경제발전 가능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에너지 자원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일본 등 열강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카자흐스탄에는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런, 네덜란드의 쉘, 이탈리아의 ENI 등이 진출해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에도 중국석유총공사(CNODC)와 러시아의 루크오일 및 가스프롬,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등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세계 6위의 가스 매장량을 자랑하는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등이 진출해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수주시장 다변화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가스 및 석유화학 시설, 발전소 등 플랜트 공사를 중심으로 2010년 이후에만도 196억달러를 수주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주택개발 분야에 진출했다가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동일토건 같은 중견 주택건설 업체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현지 평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 순방 계기 건설사 진출 기대

이러한 시점에 지난달 16일부터 엿새간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은 우리 업체들의 이 지역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카자흐스탄 발하시 화력발전소의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각종 플랜트 건설과 교통 분야에 대한 우리 기업의 참여를 위한 협력을 이끌어낸 것은 관련기업들의 입장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임은 자명하며 순방을 수행한 경제사절단에 플랜트·인프라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것이 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그대로 방증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순방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우리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에 대한 의지와 뜨거운 열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현지 기업들과의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우리 기업에 대한 현지의 환영 분위기도 여실히 느껴졌다. 아무쪼록 이번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국내 건설업계에 중앙아시아 건설시장의 실크로드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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