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과 2월

1월이 어느새 다 가버렸다. 금년에는 신정, 구정이 1월에 다 들어 있어서 한 달 내내 덕담만 하다 보낸 것 같다. 매년 1월초에는 정부나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 새로운 각오와 설계로 새해를 임한다. 새해 전망이나 계획은 대체로 장밋빛이다. 특히 과거 정부는 항상 `금년에는 경제 살리기`를 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하면서 성장률, 경상수지, 실업률 등에서 의욕적인 수치목표와 잘 만들어진 한해 계획이 나온다. 그런데 대체로 1월말이 되면 이러한 의욕이나 포부가 벌써 퇴색되면서 현안문제에 대한 불끄기로 돌아가곤 한다. 왜냐하면 대체로 1월의 경제상황은 썩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1월이면 기업들은 작년 결산과 금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몰두하고 있고 그 때문에 생산ㆍ영업ㆍ투자 활동 등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지 못한다. 수출도 상사들이 전년 말에 목표 채우기 차원에서 힘들여 실어낸 여파로 힘을 받지 못하고 실적이 좋을 리 없다. 반면 수입은 계절과 관계없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에 1월의 무역 수지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대개 적자이다. 이는 적자 경제라는 심리적 불안감을 낳고 정부는 당초 잘 짜여진 연간 계획보다는 단기적 경제상황 개선에 급급하는 조삼모사의 트랩에 빠지곤 했다. 금년 1월은 상당히 큰 폭의 무역흑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연초부터 대기업들이 굵직굵직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투자에 목마른 시장에 기대감을 두고 있다. 또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신입사원 채용확대계획을 약속한 기업도 있었다. 비교적 괜찮은 출발이고 소위 `1월 고비`를 잘 넘기는 것 같다. 그러나 새해 초부터 유가를 포함해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 환율도 불안하다. 3고 시대이야기도 성급하게 나오는 것 같다. 소비는 신용불량자 문제, 청소년 취업난 등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서 아직도 해동이 안 되고 있다. 일본까지 하이닉스 반도체에 상계관세 제소를 하는 등 해외통상 여건도 순조롭지가 않다. 이처럼 우리경제의 명암을 동시에 지닌 채, 2월로 들어선다. 2월에 전개될 정치 상황은 보나마나 일 것이다. 이제 조금 궤도를 찾아가는 우리 경제 상황이 다시 정치 상황에 예속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 첫 번째 시험 무대가 한ㆍ칠레 FTA 국회비준 여부이다. 이번에도 국회비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계의 실의와 분노를 정치권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2월은 1월의 연장이 아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새해벽두 각오와 설계를 되살려서 2월의 또 다른 도전을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 <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