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심기허증 환자의 성생활

조금만 심한 운동을 해도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몹시 뛴다는 40대 주부 K씨. 얼마 전엔 중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를 따라 재미 삼아 줄넘기를 하다가 금새 자신의 귀에 들릴 정도로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는 통에 하루종일 집안 일도 놓은 채 드러누웠다. 그런 그녀가 필자를 찾은 것은 남편과의 관계 시에도 그 비슷한 증세가 갈수록 자주 나타나 몹시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진단결과 그는 부정맥이 있는 심기허증 환자였다. 일찍 사업을 시작한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로 자신을 돌볼 새도 없었으나 다행히 남편의 사업은 잘돼가고, 자식들도 주위의 칭찬 속에 잘 커가고 있지만 누적된 정신적 피로는 그만 심장의 기운을 다 빼앗아 가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증상의 경우 성생활에 있어서는 무조건 금기 하기보다는 별도의 주의와 원칙이 필요하다. 목욕을 한지 30분 이내, 음식을 잔뜩 먹고 난 뒤 30분 이내, 심한 운동을 한 직후에는 부부관계를 피해야 하고 부부행위는 너무 길게 갖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이를 위해 성교전 전희에 넉넉한 시간과 충분한 사랑을 나눔으로써 상대방의 불만을 없애주는 것이 좋다. 체위도 환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남성 쪽이 심장병이나 고혈압 환자라면 여성상위를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환자의 운동량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환자라면 이와 반대로 하면 된다. 성교중 극치감을 느끼는 순간이나 그 직후 갑자기 어지럽거나 가슴이 몹시 뛰는 증상, 혹은 가슴에 심한 압박감으로 답답하게 느껴지면 곧 충분한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장병이 악화되기 전에 심기를 보하는 치료로 심기허증에서 벗어나서 원래의 건강과 행복을 다시 누리는 것이다. <강재만ㆍ한의학박사ㆍ백구한의원 원장 강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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