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전문 연구기관의 시장전망이 ‘뻥튀기’가 많아 미리 투자를 집행한 중소 장비업체나 서비스업체들의 투자손실 확대를 부추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연구기관의 엉터리 시장 전망은 불확실성을 높임으로써 민간투자, 나아가 성장동력 육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지적된다. 17일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업체들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2001년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W-CDMA 도입 당시 이 서비스의 매출액이 2004년 에는 6조5,93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시장 규모가 이보다 두 배나 많은 13조3,10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W-CDMA는 지난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로 2년째를 맞았지만 연간 매출액은 4억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SKT와 KTF는 작년 매출액이 전무한데 이어 올 매출액은 각각 3억3,000만원과 2,0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입자도 지난 9월말 현재 ▦SKT 4,100명 ▦KTF 500명 등으로 사실상 가입자 기반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W-CDMA사업자와 같은 시점에 세계 유일의 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됐던 LG텔레콤의 경우는 가입자는커녕, 투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뻥튀기 전망은 ‘미래 예측’에 기술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데도 원인이 있지만 IT 육성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보기술(IT)업계의 관계자는 “전문 연구기관의 터무니 없는 시장예측은 이런 전망을 믿고 미리 투자하는 중소 IT 장비업체들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정교한 전망치를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통부 차관출신의 변재일 의원(열린우리당)은 “신규 통신사업이 기존 통신업체들을 중심으로 허가되는 것도 신규서비스의 전망과 결과를 완전히 엇갈리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SKT 관계자도 “예컨대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경우 인터넷전화(VoIP)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