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이 이라크 공습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거주 미국인과 미국기업 등은 개전소식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반면 이라크 등 아랍인들은 초초한 분위기 속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주한 미국인 표정=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의 한 미국계 기업 사무실의 직원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 속에서도 일상업무를 진행했다. 이 회사 이준희(25ㆍ여)씨는 “어제 미국계 보험회사로부터 전쟁이 날 경우 보험약관에 규정된 보상한도 등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받고 `전쟁이 정말 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정작 미국인들은 그다지 걱정하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인들의 전쟁에 대한 여론은 엇갈렸다. 영어학원 강사인 아서 로릿슨(28)씨는 “미국 내에서도 전쟁에 대한 의견이 반반이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전쟁은 명분 없는 대량 학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계 기업의 한 간부는 “후세인이 대량 학살무기를 숨기고 있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라고 되물으며 “부시의 이번 전쟁은 충분히 정당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본격적인 개전으로 국내 미국관련 시설에 대한 테러위협에 대비, 주한미대사관 및 미상공회의소, 미국기업 등 주변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키로 하고 경찰병력을 증가 배치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폭발물 탐지팀을 투입키로 했다.
◇이라크인들은 불안=국내에 있는 이라크인들을 비롯, 이슬람 교도들과 아랍권 출신 외국인들은 고국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초조한 모습이었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중앙 이슬람 성원에는 성원을 관리하는 사무실 직원 외에 예배를 보기위해 온 이슬람 교도의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성원 조민행 사무처장은 “아직까지 이슬람 교도들 사이의 별다른 동요는 없는 것 같다”며 “평일 예배에는 일과 때문에 시간이 없어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오지 않는데 오늘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원에서 기도를 드리던 이라크인 마지드(27ㆍ무역업)씨는 “어제 바그다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해 빨리 떠나라고 했다”며 “현재로서는 기다리는 것 밖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고 오직 신에게 기도할 뿐”이라며 불안에 가득찬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이라크인 마제드(32ㆍ상업)씨도 “가족에게 오늘 전화를 했는데 걱정이 많이 된다”며 “부시와 미국에 대해 화가 많이 나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고국에 돌아가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