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유혹' 뿌리치고 독자기술로 미래 친환경車 양산 세계 첫 리튬이온 배터리 장착 핵심 부품 등 원천기술 확보도 내년 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북미 중형 그린카 시장 '노크' 수소연료차도 2012년 상용화
입력 2009.08.13 17:08:30수정
2009.08.13 17:08:30
2004년 가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현대차에 뿌리치기 힘든 제안을 한다. ‘닛산과 포드처럼 하이브리드차와 관련된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자’는 것.
차세대 친환경차량 개발속도가 더뎠던 현대차로서는 도요타의 제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도요타와 손을 잡게 되면 단기간 내에 양산체제를 갖출 수 있기 때문.
이기상 현대차 하이브리드 개발실장(상무)은 “고민과 갈림길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도요타의 제안 이후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수많은 회의와 검토를 거쳤다. 그리고 ‘기술제휴를 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렵더라도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하이브리드차를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독자 기술로 LPi 하이브리드 양산=지난 7월 현대ㆍ기아차는 아반떼 및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차 양산에 들어갔다. 도요타의 ‘유혹’을 뿌리친 후 독자 기술개발에 전념해 최초로 탄생된 미래형 친환경차다.
아반떼ㆍ포르테 LPi 하이브리드는 ▲운전시 구동력을 보조하는 모터 ▲전기에너지가 저장되는 배터리 ▲배터리의 고전압을 구동모터로 공급 및 제어하는 인버터 ▲배터리의 높은 전압을 차량의 오디오나 헤드램프에 사용할 전원으로 바꿔주는 직류변환장치 등 네 가지 핵심 전기동력부품을 독자 개발 및 국산화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또 LPi 하이브리드는 1,600㏄ 감마 LPi HEV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14마력(ps), 최대토크 15.1㎏ㆍm의 강력한 동력을 자랑한다.
15kW의 모터와 무단변속기를 적용해 17.8㎞/리터의 뛰어난 연비를 달성했다. 이는 가솔린 연료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22.2㎞/리터에 해당하며 가솔린 유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36.2㎞/리터에 육박한다.
LPi 하이브리드차에는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장착됐다.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기존 하이브리드차에 주로 적용되는 알칼리계 니켈수소(Ni-MH) 타입에 비해 무게가 35% 가볍고 충돌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4중 안전설계로 안전성까지 더해졌다.
이 상무는 “일주일 안에 니켈수소 배터리를 사지 않으면 10배의 가격을 준다고 해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던 일본 업체가 지금은 30%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풀 하이브리드차량 개발=하이브리드차 양산과 함께 현대ㆍ기아차는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로드맵을 13일 공개했다. 향후 2∼3년 안에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차 등 친환경차량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그린카 개발계획’이 그것.
이 계획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우선 실제 도로주행 연비를 20% 이상 개선한 차세대 동력전달체계(파워트레인) 기술을 내년부터 일부 양산 차종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 기술은 차량이 처한 조건에 따라 다양한 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오는 2015년부터 강화되는 국내 연비규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연비기준이 엄격해지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또 현대ㆍ기아차는 2010년부터 쏘나타와 로체 등 중형 가솔린 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ㆍ기아차는 2013년까지 협력업체들과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차 조기 실용화 목표=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도 2012년 조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1,000대, 2018년에 3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004년 9월 미국 에너지부(DOE)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미국 전역에서 수소연료전지차 32대를 시범 운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6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모니터링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9년 7월까지 버스를 포함한 34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운행했다.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ㆍ기아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도 핵심 부품인 115kW의 스택을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2010년까지 필요한 부품의 99%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차례의 시범주행에 성공한 현대ㆍ기아차는 자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우수성을 확인했으며 향후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 기간 단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