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0∼2002년중 부과한 과징금의 64.8%에 대해 소송이 진행중이며 법원이 집행정지결정을 내린 과징금 액수만 7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독립규제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에 대해 제기된 소송은 전체 부과액수의 4.4%에 불과해 공정위의 과징금 제도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작성한 공정위 소관 2002년도 결산 예비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공정위가 부과 결정한 과징금 총 222건, 4,741억원 가운데 81건, 3,093억원에 대해 소송이 진행중이다. 2002년 한 해만 해도 징수가 결정된 1,972억원 중 실제 수납액은 880억원으로 나머지 1,092억원이 수납되지 않았으며 이 중 소송진행 과정에서 법원이 집행정지결정을 내린 것만 31건, 745억원에 이르고 있다.
법원이 소송진행중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사안의 대부분은 지난 1998∼2000년중 진행됐던 삼성, LG, SK, 대우, 현대 등 5대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 과정에서 부과된 과징금이다.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에 계류중인 이들 건은 부과된 지 최고 5년이 지나도록 과징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종합금융, 대우자동차, 인천정유 등 채권단관리 또는 법정관리가 진행중이거나 매각, 합병된 기업들이 적지 않아 정상적 징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상당분이 이같이 장기미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금감위가 같은 기간 부과한 총201건, 197억원의 과징금에 대해 제기된 소송은 단 1건, 액수로는 8억6,400만원에 불과해 극히 대조적이다.
국회 정무위는 보고서에서 “과징금부과에 대한 소송제기비율이 높은 것은 과징금부과과정의 명확성, 일관성, 투명성이 부족해 부과대상자의 순응을 확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며 “공정위 의결과정의 투명성으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문현기자 moon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