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선진국 국민 건강에 더 치명적인 기후변화

■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 (폴 엡스타인·댄 퍼버 지음, 푸른숲 펴냄)
후진국과 달리 기본적 내성 약해 단순 감기에도 목숨 잃을 가능성
금융 거래 토빈세로 세수 확보해…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 주장 눈길


기후가 바뀌면 수확하기도 전에 곤충이 식량을 먹어치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식량부족과 식량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진제공=푸른숲

때이른 6월의 폭염과 사상 최악의 가뭄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전력수급 상황의 악화로 최근에는 정전대비 전력 위기대응 훈련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 뿐 아니다. '해수 온도 상승…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주의''이상기후로 동해서 식인상어 발견 공포''벌써 몰려온 모기떼로 말라리아ㆍ뇌염 비상' 등의 헤드라인은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이 책은 기후변화가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경고한다. 환경운동가나 생태학자가 아닌 현직 의사가 직접 집필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건강ㆍ지구환경 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한 그는 2007년에 엘 고어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기후 변화로 인한 인간의 피해가 먼 훗날의 일이거나 혹은 먼 나라 개도국 주민이 그 대상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져왔다. 하지만 위험은 코앞까지 바짝 다가와 있다.

구체적 사례로 '모기'가 있다. 기후변화는 모기 개체 수를 '박멸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게 만든다. 기온이 0.5도만 높아져도 모기 군집은 두 배로 급증하며, 원래 모기가 없는 고원지대까지 말라리아가 퍼질 수 있다. 요즘처럼 가뭄과 폭우가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게 된 지구온난화만 하더라도 1900년 이후로 대기 기온이 단지 0.7도 상승했을 뿐인데 촉발된 것이며 피해 또한 심각하다.

선진국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주장도 위험한 생각이라고 저자는 경계한다. 전염병에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선진국 사람들일수록 그에 대한 기본적인 내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어 약간의 감염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후진국 주민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질병도 선진국 주민들이 걸리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셈이다.

유전과 음식 때문이라고 여겨진 천식과 아토피의 근본 원인도 기후변화에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전세계의 천식 발병률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1980년 이후로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는 소아 중증 만성질환의 제 1원인이다. 개도국은 환경오염이 덜하기 때문에 천식 발병률이 선진국보다 낮을 것이라는 오해를 깨뜨리는 연구결과였다.

그렇다면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기대만큼 진행되고 있을까? 저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일축한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명목뿐인 관심을 두고 있고, 개도국과 이윤추구를 원하는 기업들은 화석연료산업에 여전히 매달려 있으며, 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저탄소에너지 기술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책은 공기ㆍ물ㆍ숲 같은 인류 공동의 자원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업활동이 전개되던 '1950년대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동시에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토빈세'(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이 고안) 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통화거래에 달러당 2.5페니 정도의 소액 세금을 매기면 매일 총 2조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매년 5,000억 달러의 세계 환경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에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 논리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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