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11시24분께 서울 성동구 국철 옥수역 4번 플랫폼. 술 취해 비틀거리던 이모(68)씨가 전동차 진입을 알리는 벨 소리를 듣고는 승강장에 바싹 다가들다 그대로 선로로 추락했다.그순간 승객들의 비명소리를 뚫고 20대 청년이 거침없이 선로로 몸을 날렸다. 이어 또 다른 20대 청년과 양복차림의 30대 신사도 가세했고, 달려온 청원경찰 이규갑(李揆甲ㆍ56)씨도 거의 동시에 선로로 뛰어 내렸다.
이들이 몸을 못 가누는 노인을 간신히 일으켰을 때 전동차가 역 구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승강장 위의 승객들은 "아, 조금만 빨리"하며 발을 굴렀다.
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인을 승강장 턱 밑으로 옮겨놓은 순간 "삐이-익"하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음과 함께 전동차가 바로 이들의 코 앞에서 멈춰섰다. 숨도 못 쉬고 지켜보던 승객들 사이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급박한 상황이어서 그저 빨리 구해야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는 청원경찰 이씨는 "30년간의 근무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지만 이씨가 정신을 수습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는 이미 다른 3명의 의인(義人)들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음 전동차를 타고 떠난 뒤였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