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도 경기지표 곤두박질치나

최장9일 연휴에 경제당국 바짝 긴장
2003년 소비 침체·경기선행지수 마이너스로
2004년 산업생산증가율 8개월만에 한자릿수
작년 3일연휴에도 설비투자 하락폭 크게 늘어


“추석 연휴와 경기지표는 악연인가(?)” 최장 9일에 이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재정경제부 등 경제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근래 들어 가장 긴 연휴로 인해 10월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재경부는 추석을 앞두고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9월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추석 연휴가 징검다리 휴일까지 감안할 경우 최장 9일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10월 경제활동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2005년에는 추석 연휴가 9월 말이었으나 올해는 10월 초로 돼 있어 추석 연휴기간의 변동과 조업일수 단축 등으로 10월에는 지표의 급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경제당국의 이 같은 고민이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3년 이후 매해 추석 연휴기간이 속한 달의 경제지표를 보면 좋은 신호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도 추석을 앞두고 반짝 상승할 뿐 전체적으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한국 경제에서 ‘추석 특수’는 사라져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2003년 추석, 소비침체 지속=2003년 추석은 9월10일부터 14일까지 최장 5일간의 연휴였다. 연휴가 낀 9월 경제지표를 보면 소비침체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2003년 9월 도ㆍ소매 판매는 2002년 9월에 비해 3.0%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은 전년동월 대비 14.0% 감소했다. 소비침체는 내수위축으로 연결돼 주요 내수업종의 생산 증감률이 2002년 9월에 비해 의복ㆍ모피가 24.2% 감소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2003년 9월에는 3개월 연속 상승했던 경기선행종합지수가 다시 마이너스로 반전되기도 하는 등 추석 연휴가 실물경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성장률도 3.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04년 추석, 산업생산지수 한자릿수 추락=2004년 추석 연휴는 9월25일부터 29일까지였다. 경제지표가 전하는 2004년 9월 한국 경제는 최악의 성적 그 자체였다. 우선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동월에 비해 9.3% 증가하는 데 그쳐 8개월 만에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월 -0.2%를 보여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ㆍ소매 판매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0.7% 감소하면서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전년 같은 달보다 0.7%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4년 9월 경제지표가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제2차 경기하강 가시화’ ‘장기 불황 덫에 걸렸나’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2005년 추석, 설비투자 마이너스=2005년 추석은 9월17일부터 19일까지로 연휴기간이 길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생산은 증가세가 확대됐으나 소비와 설비투자는 연휴가 짧았음에도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우선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동월 대비 7월 6.9%, 8월 6.4%에서 9월 7.2%로 증가세를 실현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7월 4.2%, 8월 -0.7%에서 9월에는 -2.0%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소비재 판매도 8월 6.1%에서 9월에는 0.8%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8월 96.4에서 9월 95.9로 추락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올해 추석이 속한 10월 경제지표는 일련의 상황과 연휴 일정 등을 고려해볼 때 2003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추석 특수 등 한국 경제에 경제 특수는 사라진 것 같다”며 “이 이면에는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경제 양극화가 한몫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 10월에는 수출도 한자릿수 추락이 예상되고 있는 등 과거보다 더 나쁜 성적을 기록할 여지가 다분한 것이 현실이다.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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