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불법이민과 미국의 선택

미국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이번주에 불법 이민을 놓고 두 개의 서로 다른 대안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다. 알렌 스펙터 법사위우너회 위원장은 매년 취업이민 쿼터제를 도입하고 기존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한 뒤 영주권 획득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오는 2008년 강력한 대선 후보인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기존 법률의 제재규정을 더욱 강화, 1,10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반이민법을 찬성하는 이들은 미국~멕시코 국경일대 700마일에 걸쳐 장벽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CNN 뉴스 진행자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루 돕스는 미국인들이 저임금의 라틴아메리타계 이민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2,000마일에 걸친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도 불법이민을 막을 수는 없다. 합ㆍ불법을 포함해 많은 이민자들이 라틴아메리카 출신이다. 그러나 미국 노동력에서 불법이민이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들 중 상당수는 미국인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하고 있다. 남부 캐롤라이나의 과수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도 대부분 이들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이민법 찬성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범죄발생률도 떨어지고 있다. 물론 매년 50만명씩 불법 이민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또 테러에 대한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1,100만명이나 되는 불법 이민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DL 불안할 수도 있다.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만 해결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공화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4년 선거에서 라틴아메리카 표의 44%를 얻지 못했다면 재선에 실패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 역시 미국인 비숙련 노동자들이 과거 수십년간 임금정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해답은 분명하다. 미국인들의 기술을 높이는 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오는 멕시코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지는 말아야 한다. 미국인들은 왜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지 이해해야 한다. 해결책은 미국이 합법적인 이민을 확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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